[볼 만해?] '불완전함'을 기꺼이 품은 '세자매', 한숨이 위로와 여운이 되는 마법

류지윤 2021. 1. 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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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때 우리 맨발로 슈퍼에 뛰어갔지?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갔었나?"막내 미옥(장윤주 분)은 틈만 나면 술을 먹고 둘째 미연(문소리 분)에게 전화해 과거의 조각을 찾는다.

교수 사모님에 교회 성가대 지휘자인 미연은 대외적으로 할일이 많지만 주정 부리는 막내의 전화를 차마 거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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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됐지만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자매들의 이야기
문소리·김선영·장윤주 주연

"언니 그때 우리 맨발로 슈퍼에 뛰어갔지? 아이스크림 사먹으러 갔었나?"


막내 미옥(장윤주 분)은 틈만 나면 술을 먹고 둘째 미연(문소리 분)에게 전화해 과거의 조각을 찾는다. 교수 사모님에 교회 성가대 지휘자인 미연은 대외적으로 할일이 많지만 주정 부리는 막내의 전화를 차마 거부하지 못한다. 막내가 자책할 때마다 "언니가 늘 기도하고 있어"라며 달래고 감정을 삼킨다.


첫째 희숙(김선영 분)은 남편에게 도박할 돈을 쥐어줘야하는 팍팍한 현실도 모자라 딸까지 툭하면 엄마를 무시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암 선고까지 받았다. 자신의 꽃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암에 걸렸다고 말할 만큼, 마음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극 작가인 미옥은 탈색머리에 과자가 주식인 겉보기엔 여전히 철이 없는 어른이다. 대학로에는 미옥이 돈 때문에 애 딸린 이혼남에게 시집갔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사실 미옥은 아들에게 제대로 된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27일 개봉한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내면의 깊은 어둠과 불안함을 가지고 있지만 정면으로 마주보지 못한다. 그냥 덮어두고 모른 척, 괜찮은 척 살아간다.


하지만 50만원짜리 아버지 생일 상 앞에서 외친 "매일 밤마다 아버지 빼고 우리 가족 전부 죽어서 천국 가게 해달라고 빌었다"란 미연의 절규가 이들이 왜 불안한 내면을 가지고 있었는지 마지막 조각으로 맞춰진다.


영화는 가족의 사랑, 따뜻함보다, 가족이란 이유로 사과하지 않고 갈등을 직면하지 않는 상황을 꼬집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이들의 감정선을 관객이 따라오게 한다. 특히 문소리와 김선영는 한 장면도 허투루 연기 하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문소리가 분노와 울분을 담은 채 성가대를 지휘하는 장면은 숨 죽이고 바라보게 만든다. 김선영이 연기하는 희숙은 영화 내내 입꼬리는 올라가있지만 눈꼬리는 한 번도 휘어지지 않는다. 희숙의 기묘한 표정이 바라보기 답답하지만, 이승원 감독과 김선영은 이 불편한 감정마저 계산해 연출했다.


가족 간의 곪았던 응어리가 터졌지만, 일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세자매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팍팍한 일상을 괜찮은 척 버티고, 서로의 존재를 잊기도 하며 살아갈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막히지만 극장을 나서며 뱉어내는 한숨이 여운과 위로로 다가온다. 27일 개봉. 러닝타임 115분.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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