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동구 침묵, 엄마의 호소 "아들 투신 파헤치고 싶다"

정진호 2021. 1. 2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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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왜…엄마는 파헤치고 싶어요."
서울 광진교에서 투신한 강동구청 소속 30대 공무원 A씨의 가족이 경찰에 제출한 진정서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A씨 어머니는 아들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경위를 밝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강동구는 A씨의 가족에게 묵묵부답이다.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가 10일 서울 서강대교 인근에서 쇄빙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까지의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9일 A씨 가족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A씨의 투신 사실이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확인되는 만큼 직장 등에서 극단 선택을 할 만한 원인이 있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지난 6일 오전 7시 출근 시간에 서울 강동구 광진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주변에 "악성 민원·직장 상사로 스트레스"
A씨는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구청 내 상사 갑질로도 힘들어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A씨의 어머니가 자필로 적은 진정서에는 “구청 내 사무실 CCTV를 봤으면 한다. 상사 갑질도 있었고 민원으로 사무실 내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고 한다”고 기재됐다.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강동구청에서 주‧정차 단속 관련 민원 업무를 담당해왔다.

A씨가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임용되기 전인 지난해 1월 5일 친누나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A씨의 누나는 ″가족을 아꼈던 동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밝히고 싶다″고 했다. [A씨 가족 제공]

이들이 경찰에 진정서까지 제출한 건 투신 경위를 알고 싶어서다. A씨의 누나는 “누구를 처벌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늘 성실했던 동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밝히고 싶다”고 호소했다. A씨는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한강으로 투신했고, 유서를 따로 남기지도 않았다. A씨가 투신한 날은 아버지의 생일이었고, 전날은 누나의 생일이었다.


가족에게도 연락 안 한 강동구
A씨는 극단적 선택 전 친구에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괴롭혀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함께 근무한 한 동료는 “불법 주정차로 과태료를 물게 된 민원인이 여러 번 문제를 제기하는 등 A씨를 괴롭혔다”며 “이뿐 아니라 같은 팀 상사가 A씨에게 일을 떠밀고 함부로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가족도 최근 이러한 내용을 파악해 경찰에 진정까지 냈지만, 구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한다. A씨의 누나는 “동생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다”며 “구청에서 연락을 받은 건 투신 당일뿐”이라고 호소했다.

강동구청사. [사진 강동구]



21일째 실종…경찰 "철저히 조사"
최근 담당 수사관을 지정하고 진정 사건을 배당한 경찰은 A씨의 투신 이유를 밝힐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으로부터 진정이 접수된 만큼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A씨는 투신 이후 실종 상태다. 119 수난구조대는 “도보 순찰 등을 통해 A씨를 찾기 위해 계속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은 “A씨는 최근 다른 직원이 코로나19 대응으로 파견을 가면서 업무가 중첩됐다. 업무 가중을 피하기 위한 인력 충원 요구가 이전부터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A씨의 소재가 파악된 이후 자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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