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깜짝 진입'보다 SK의 '급퇴장'에 더 놀라다

김철오 2021. 1. 2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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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를 놓고 야구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린다.

프로스포츠에서 기업의 신규 유입은 리그의 인기와 가능성을 나타내는 증거로 평가되지만, SK 구단의 경우 올해로 40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에서 '악재 없는 매각'의 첫 사례여서 놀라움을 안긴다.

야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운영 소문은 종종 들려왔다. 문제는 매각된 구단이 SK라는 것"이라며 "한국시리즈 4회 우승 팀이 허무하게 팔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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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 매각' 기대와 우려
'악재 없는 매각' 사실상 첫 사례
2019년 9월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홈경기를 마치고 관중에게 인사하는 SK 선수들. 뉴시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를 놓고 야구계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린다. 프로스포츠에서 기업의 신규 유입은 리그의 인기와 가능성을 나타내는 증거로 평가되지만, SK 구단의 경우 올해로 40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에서 ‘악재 없는 매각’의 첫 사례여서 놀라움을 안긴다. 이마트의 진입보다 SK의 퇴장에 의견이 분분한 이유다.


신세계그룹의 SK 구단 인수는 공식화됐다. 신세계그룹은 26일 “SK텔레콤이 보유한 SK 구단 지분 100%를 이마트를 통해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은 주식 1000억원, 구단 시설·토지 352억8000만원을 모두 합산한 1352억8000만원이다.

신세계그룹은 SK 구단을 인수한 뒤에도 연고지를 인천으로 유지하고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과 직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할 계획이다. 김원형 신임 감독 체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 23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3월 출범을 목표로 실무협의를 진행한다. KBO리그의 예정된 개막일은 오는 4월 3일이다. 신세계그룹은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건립할 계획도 밝혔다.

이마트 야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회원자격 양도를 신청하고 서류를 제출한 뒤 이사회 심의와 총회 승인을 거쳐야 프로야구에 합류할 수 있다. KBO 총재와 10개 구단주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다른 구단과 연고지 분할 등 쟁점사안이 없는 이마트 야구단의 승인은 변수가 없는 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프로야구를 향한 신세계그룹의 관심은 이미 감지됐다. 2012년 복합쇼핑몰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유통업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테마파크”라고 밝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발언을 야구단 창단·인수에 대한 암시로 본 해석도 있다. 평소 SNS 활동이나 방송가 인맥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정 부회장의 대중적 인지도,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유통기업의 물류망은 프로야구와 시너지를 낼 호재로 평가된다. 다만 9년 전 여자농구단을 갑작스럽게 해체한 신세계그룹의 프로 구단 운영 방식은 여전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26일 페이스북에 신세계그룹으로 매각된 사실을 공지하면서 “팬들의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했던 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대한민국 스포츠의 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의 길을 나서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SK 와이번스 페이스북.


SK 구단 매각 과정은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각축전을 벌여온 대기업이 특별한 사유 없이 운영을 포기하는 선례를 남긴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날 아마추어 스포츠를 장기 후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다른 종목 프로 구단의 운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야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운영 소문은 종종 들려왔다. 문제는 매각된 구단이 SK라는 것”이라며 “한국시리즈 4회 우승 팀이 허무하게 팔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에서 모기업 변경은 대부분 OB에서 두산, 빙그레에서 한화, 해태에서 KIA처럼 상대적으로 큰 재정규모를 가진 기업으로 인수되는 형식이었다. 현대전자의 재정난으로 히어로즈 구단에 선수들을 보낸 현대 유니콘스, 방송 공공성을 위해 LG로 구단을 넘긴 MBC 청룡의 해단 과정엔 뚜렷한 명분이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연간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대중성, 경쟁사 간 은근한 자존심 대결 등 기업마다 야구단을 운영해온 이유는 다양했다. 두산의 경우 지난해 불거진 매각설에도 한 시즌을 완주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궜다. 유통과 스포츠를 결합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승부수가 프로야구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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