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성희롱' 2차 가해자들 진심으로 반성해야

2021. 1. 2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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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로 확인, 검경 부실수사 드러나
지금도 계속되는 피해자 괴롭히기 엄단하길

국가인권위원회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실 여직원에게 행한 언동이 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그제 인정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성범죄 혐의로 고소당할 것이란 사실을 전해 듣고 극단적 선택을 한 지 6개월이 넘었고, 인권위가 직권 조사에 착수한 지 5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그동안 피해자에게 수많은 2차 가해가 자행된 점을 고려하면 인권위의 결정은 만시지탄이다.

인권위가 성추행이라 명시하지 않고 성추행과 성적 괴롭힘 등을 포괄하는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해 정치권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로 사건 관련자들에게 면죄부가 남발되고 심지어 여성가족부조차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인권위가 가해자의 행위를 사실로 인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누구라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여성을 비난하고 협박하면 그 자체로 명백한 2차 가해이고 또 다른 범죄가 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실제로 앞서 친여 성향 시민단체는 피해자를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면서 피해자의 변호인을 무고죄로 고발했다.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이런 행태는 당장 멈춰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이던 박 전 시장의 성범죄 사건이 터지자 ‘피해 호소인’이란 해괴한 용어를 만들어 가해자를 두둔하기에 바빴다. 특히 ‘여성계의 대모’로 불렸던 남인순 의원은 누구보다도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사건 발생 초기 고소 예정 사실을 박 전 시장 측에 전달해 성범죄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 때문에 여성단체들이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인권위 결정 이후 뒷북 사과했지만 사과로 끝낼 일인가.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은 정의당에 ‘무관용 조처’를 촉구해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정의당 뒤에 숨은 민주당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겠나.

이제 남은 과제는 재발 방지다. 마침 인권위는 그제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권한이 막강한 단체장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현행 규정으로 신속한 조치가 어렵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따라야 한다. 특히 경찰의 경우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피해자 권익을 지켜주지 못했던 만큼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 더군다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 종결 권한까지 생겨 견제 장치가 시급해 보인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벌어지면 앞으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한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와 가족은 최근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제는 피해자가 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대한 배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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