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고' 3인방이 띄운 GTX..철도망 따라가면 돈 보인다
‘철도망을 따라가면 돈이 보인다’.
부동산 시장 오랜 격언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역세권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도권에는 서울이나 판교 등에 대부분 직장이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는 서울, 특히 강남과 물리적으로 가까울수록 부동산 가치가 높았다. 현재 수도권에는 여러 신규 교통수단이 계획돼 있다. 올해만 해도 지하철 5호선, 7호선 등 여러 노선의 연장선이 개통을 기다린다. 신안산선, 신림선, 대곡-소사선, 월곶-판교선 등도 대기 중이다. 이 중 가장 기대되는 옵션은 바로 GTX(광역급행철도)다.
GTX는 수도권 전역을 1시간 이내로 주파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GTX가 완공되면 앞으로 서울과의 물리적 거리보다 GTX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인지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는 GTX 효과가 뚜렷하다. GTX 호재가 있는 지역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GTX가 기존 지하철 황금노선 못지않게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변수는 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이라도 앞으로 최소 4~5년은 소요될 전망. 개통 시기와 함께 요금이 어떻게 책정될지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GTX 인접 지역 급등
▷수도권 북부 GTX 호재 만발
연초부터 경기도 북부 지역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랐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또 하나는 바로 GTX 호재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바로 경기도 양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양주 아파트값은 1.27% 올랐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다.
지금까지 양주는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던 곳이다. 강남과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GTX가 건설되면 삼성역까지 3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2일 GTX C노선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시설사업기본계획(RFP)을 고시했다. 양주시 덕정역은 C노선 시작점이다. 교통 호재가 부각되면서 양주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구체적으로 양주시 옥정동 e편한세상 옥정 에듀써밋 전용면적 84㎡는 1월 초 5억8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4억550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올랐다. 옥정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전용 58.9㎡)는 지난해 12월 30일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11월까지만 해도 2억원대 후반에 거래된 매물이다. 덕정동 양주서희스타힐스2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3억1500만원)과 비교하면 역시 1억원 이상 올랐다.
수도권 서북부에 위치한 고양시 역시 GTX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GTX A노선에 창릉역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때문일까. 창릉역이 속한 고양시 덕양구는 1월 셋째 주 1.1% 급등했다.
덕양구 3곳 택지지구인 ‘삼·원·지(삼송·원흥·지축지구)’는 모두 ‘10억클럽’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창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원흥지구는 이미 전용 84㎡ 기준으로 11억원에 거래됐다. 대표적인 단지가 바로 고양원흥동일스위트다. 2018년 입주한 단지로 인근 단지 중 창릉역과 가장 가깝다. 고양시 도내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2월만 해도 8억~9억원에 거래된(전용 84㎡ 기준) 이 단지는 창릉역 발표 후 11억원에 팔렸다”며 “현재 10억원 이하 매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삼송지구 ‘삼송아이파크2차’ 전용 84㎡는 최근 10억원에 거래됐다. 삼송동 일대에서 전용 84㎡가 1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 이 단지는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직선거리로 600m 떨어진 1066가구 규모 아파트다. 2015년 준공했고, 직전 최고 가격은 지난해 12월 거래된 9억3800만원. 삼송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고양 일대가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집값 상승률이 낮았는데 교통 호재를 계기로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창릉역 신설과 고양~서울 은평 도시철도 건설 등 여러 호재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 북부 지역 외에도 수도권에서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모두 GTX와 연관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수도권에서는 남양주시(0.77%)와 인천광역시(0.4%), 의왕(0.97%) 등이 많이 올랐다. 특히 남양주와 인천은 GTX B노선이 들어서는 곳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새해 들어 경기 파주와 김포 일대가 규제 지역으로 묶인 이후 일산으로 수요가 쏠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광역교통망 개선 호재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단기적으로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슈가 많아 가격 변동성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금씩 속도 내는 GTX
▷A노선 이르면 2025년 준공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다. 현재는 A, B, C노선이 추진되고 있으며 D노선은 검토 단계다.
사업 추진이 가장 빠른 곳은 A노선. 이미 착공에 들어갔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개통 시기는 2023년이다.
A노선은 파주 운정을 시작으로 킨텍스, 대곡, 연신내, 서울역을 거쳐 삼성, 수서, 성남, 용인(구성), 동탄까지 운행된다. 이 중 삼성역에서 동탄까지 이르는 39.5㎞ 구간이 먼저 추진된다. A노선이 개통되면 일산부터 삼성역까지 17분, 동탄에서 삼성역까지 19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
B노선은 수도권 전역을 가로로 잇는 노선이다. 인천 송도에서 인천시청, 부평, 부천종합운동장, 신도림, 여의도, 용산을 거쳐 서울역, 청량리, 망우, 별내, 평내호평, 마석까지 이르는 구간이다. B노선은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개통 시기는 미정이다. 총 80.1㎞로 개통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27분(현재 87분) 소요될 전망이다.
C노선은 수도권을 세로로 이어주는 노선으로 양주 덕정부터 시작한다. 의정부, 창동, 광운대, 청량리를 거쳐 삼성, 양재, 과천, 금정, 수원까지 이어지며 총 45.8㎞ 구간이다. C노선 역시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개통 시기 역시 미정이다.
지금까지 GTX 정차역으로 결정된 곳은 약 30곳. 이 중 서울역과 삼성역, 청량리역 3곳은 GTX 환승 노선이다.
GTX가 들어설 여러 지역 중 현시점 가장 저평가받는 지역은 어디일까.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GTX 저평가 지역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양파고’ 3인방(양주, 파주, 고양)이 GTX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꼽혔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지역은 파주(5명, 중복 응답)다. 파주는 지금까지 서울과 거리가 멀고 자족 기능이 떨어져 인기가 없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대대적인 교통망 확충 계획으로 신도시나 택지지구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GTX A노선이 완공되면 서울 도심까지 20~30분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며 “각종 생활기반시설이 확충되면서 요즘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4표를 받은 남양주는 이미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다. 지하철 4, 8호선 연장에 9호선 연장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남양주 여러 지역 중 GTX 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은 평내호평과 마석이다. 별내, 다산 등 다른 남양주 택지지구는 이미 가격이 급등한 반면 두 지역은 아직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생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남양주 내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남양주는 여전히 저평가됐다”며 “평내호평이나 마석 주변 부동산 가격은 아직 많이 오르지 않아 눈여겨볼 만하다”고 분석한다.
양주(4명)와 고양(4명), 의정부(3명)와 인천 송도(3명) 등도 많은 표를 얻었다. 의정부는 지금까지 교통 낙후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7호선 연장, GTX C노선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GTX 정차가 확정된 양주, 파주, 고양 등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새롭게 역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수도권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에 GTX역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동두천역이나 의왕역, 병점역(화성시), 오이도역(안산시) 등이 새로운 후보 지역으로 꼽힌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GTX D노선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GTX D노선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D노선은 대략 수도권 서북부에서 동남부를 가로지르는 구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남에서 서울을 지나 김포 혹은 인천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전반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GTX 정차가 확정된 지역은 이미 지난 2~3년간 가격이 많이 올라 선뜻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GTX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아직 호재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저평가된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GTX 변수는 무엇?
▷오랜 공사 기간·높은 요금
GTX는 그간 찾아볼 수 없었던 대중교통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GTX 개통 효과에 대해 “기존 지하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도권 교통망 개선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변수도 여럿 있다. 먼저 개통 시기다.
당초 정부는 2025년까지 GTX A, B, C노선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철도망 구축은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기본계획 수립 뒤에도 입찰 방법 심의, 기본·실시 설계 등 사업 절차가 많다. 착공에 들어가도 예산이 줄면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는 허다하다.
노선별로 살펴보면 A노선 예정 개통 시기는 2023년이다. 하지만 2023년에 A노선이 개통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A노선은 착공하자마자 주민 반대로 인해 잠시 공사가 중단되다가 지난해 공사가 재개됐다. 최근에는 유적 발굴 등 이슈가 불거지면서 계획했던 2023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아무리 공사가 빨리 진행돼도 2025년 이후에나 완공될 가능성이 높다.
B노선과 C노선은 더욱 불투명하다. B노선은 현재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사업 진행 상황을 놓고 보면 2027년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C노선은 올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하고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계획 중이다. 공사 기간을 5년으로 잡으면 2026년 개통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노선 확충 계획을 보면 순조롭게 진행된 사례는 없었다”며 “신안산선 역시 20년 만에 착공된 점을 감안하면 각 노선 사업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렵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 역시 공사 과정에서 기술적·환경적·제도적 요인으로 인해 공사가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 B노선과 C노선 개통 시기는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변수는 바로 요금이다.
GTX A, B, C노선이 예정대로 개통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싸면 사람들이 이용을 꺼릴 수 있다.
GTX는 지하철이 아니다. 평균 시속이 100㎞가 넘는 기차다. 일반 도시철도보다는 요금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아직 정확한 요금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철도업계 등에서는 최소 4000원 이상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구간별로 5000~6000원도 넘어설 수 있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하루 1만원 이상 교통비로 사용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권일 팀장은 “적절한 요금은 3000~5000원 수준이지만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요금이 높으면 GTX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적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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