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가능성 낮은 어린이, 시설 격리 필요 없다"
보호자 15명 같이 격리됐지만 '음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파력이 낮고 증상이 경미한 만큼 시설 격리 필요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기욱·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서울 노원생활치료센터와 서울보라매병원에 입원한 0~18세 53명의 전염성, 임상 증상 등을 분석한 결과 “낮은 전파력과 경미한 증상, 낯선 곳에서의 격리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고려할 때 의무적인 시설 격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53명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1세 미만 2명, 1~4세 25명, 5~9세 12명, 10~18세 14명 등이었는데 이들의 부모 등 보호자 45명이 함께 격리됐다. 자녀들처럼 확진된 탓에 격리된 경우가 29명이었지만, 감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봄 목적으로 시설에 들어간 보호자도 16명 됐다. 16명 중 15명은 아이와 단둘이 생활했고 격리 기간 아이와 밀접접촉했지만 확진되지 않았다. 자녀 2명과 남편 등 확진된 가족 3명과 함께 격리된 엄마 1명만 퇴원 후 격리 과정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감염되지 않은 15명의 보호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 정도의 기본 방역 수칙만 지켰다고 한다. 연구팀은 “5세 미만의 경우 엄격한 수칙을 따를 수 없었고, 특히 2세 미만 영아 3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모두 감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전염력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준”이라며 “마스크와 손 위생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면 보호자가 집에서 안전하게 돌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증상이 있는 아이 중 39%는 증상이 나타나고 격리되기까지 2일 이상 걸렸다. 윤기욱 교수는 “증상이 나타난 직후 초반에 전염력이 가장 강한데, 그때는 오히려 집에 있고 감염력이 떨어진 이후 격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평균 12일간 격리됐는데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경미하고, 자연스럽게 호전돼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퇴원했다.
이런 임상적 증상과 전염성 등을 고려했을 때 0~18세의 경우 꼭 시설 격리할 필요성은 없다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특히 연구팀은 격리된 아이뿐 아니라 집에 남을 미감염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 등 정신적·신체적 영향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기욱 교수는 “전파 차단을 위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모든 확진자를 시설 격리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어린 아이는 낯선 환경에 격리돼 있는 걸 힘들어하는 데다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때는 중증 환자에 병상과 인력 등 의료 자원을 더 집중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이달 초 12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만성 폐 질환을 앓는 등의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에 제한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치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자가치료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연구를 같이 진행한 한미선 서울보라매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굳이 13~18세 청소년을 제외할 이유는 없다”며 “지침이 나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가치료시 이들을 모니터링할 보건소 인력 등의 문제로 집에서 치료하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아이들이 꾸준히 입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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