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2차 가해 원천 차단"..민주당 '뒷북 사과'와 대조

송승환 2021. 1. 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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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성추행 쇼크’에 빠진 정의당이 비상대책회의 체제로 전환했다. 당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고 의원들을 포함한 지도부 전원이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6일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이 공동대표를 맡아 사태 수습을 하겠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기존 지도부)이 책임지겠단 의미”라고 밝혔다. 피해자 장혜영 의원도 비상대책회의 구성원에 포함된다.

정의당은 차기 당 대표 보궐선거 전까지 대표단, 의원단 회의를 열지 않고 비상대책회의에서 성추행 사태 수습을 포함한 일상적인 당 업무를 진행한다.

4·7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낼지에 대해선 “비상대책회의에서 내일부터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수석대변인은 “당 공식 절차에 따라 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에서 대표단이 임의로 무공천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비상대책 회의에서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와 전국위원회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시장 후보로는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이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원 찬반 투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는 "내일부터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당내 기류는 무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쪽이 우세하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오전 의원총회를 마친 뒤 "재·보궐선거 무공천에 대해 어제(25일)부터 논의했고,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공천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여러 가지 검토 대상 중 한 가지"라고 언급했다.

강은미(가운데)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을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왼쪽은 류호정 의원, 오른쪽은 심상정 의원.


“2차 가해 원천 차단” 노력은 민주당과 대비

‘김종철 쇼크’에 빠진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져 내렸다는 자괴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강조하며 2차 가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은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보인 태도와는 대조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윤기 정의당 대표 직무대행은 26일 대표단 회의에 앞서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 등 모든 2차 가해에 단호히 대처하겠다. 당 홈페이지와 SNS 등에서 2차 가해 내용을 발견하면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당내 성비위 사안 전수조사, 젠더인권본부 독립 기구화, 성폭력 방지 교육 제도 점검 등의 내부 혁신안도 준비 중이다.
배 부대표는 2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8일 장 의원의 신고 접수 뒤 1주일간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한 배경을 설명했다. 장 의원과 김 전 대표, 배 부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정의당 대표단은 25일 회의에서야 이 사실을 처음 보고받았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배 부대표는 26일 "피해자가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까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조사 도중 사건 내용이 유출되면 2차 피해가 늘 발생한다”면서 “피해자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의 인정과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안전하게 소통했다”고 썼다. 또 “구체적 행위나 음주 여부를 밝히면 각자 가진 통념에 기반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다”면서 “이미 가해자가 성추행을 명백하게 인정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절차적·방법적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을까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민주당 ‘뒷북 사과’ 릴레이에… 野 “선거 앞둔 ‘사과 쇼’”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태를 발표한 2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선 26일 ‘뒷북 사과’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서울시에 유출한 의혹을 받는 남인순 의원은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와 전화를 한 것이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며 사과했다. 민주당이 6개월 넘게 피해 사실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실명, 편지 등이 공개되는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뒤늦은 사과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취고위원은 2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피해호소인 논란이 발생한지 6개월 만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남성중심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가 원인”(이소연 민주당 원내부대표) “성희롱 발생 시 조직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 깊이 성찰하겠다”(정춘숙 의원·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는 자성도 나왔다.

민주당의 뒤늦은 사과 러시에 국민의힘 소속 여성 의원은 “정의당이 성추행 사태를 처리하는 모습이 부러웠나. 6개월간 가해자 편에 서다가 선거가 임박해 정의당 사태가 터지니 표변했다. 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이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합니다’라는 글에서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에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이 나서서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젠더인권본부장) 페이스북 게시글 (2021.01.26)

「 정의당 당원분들께
정의당에서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부대표 배복주입니다.
오늘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사건을 접하고 많이 놀라고 참담한 심정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지난주 내내 사건을 접수해서 조사하고 피.가해자를 면담했습니다. 그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 진행되었기에 압박감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당의 입장이 발표되고 하루종일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접한 당원분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내내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실망시켜드려 또 죄송합니다.
당원분들께 제가 받은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비공개
전 과정을 비공개로 하게된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 늘 발생하는 2차피해에 대한 우려때문이었습니다. 조사도중에 사건의 내용이 유출되었을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는 인정,사과.책임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서, 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과정을 안전하게 갖기위해서 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대표단회의에 최초로 보고하고 당대표의 성추행 행위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피해사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성추행입니다. 이는 가해자가 명백하게 인정한 것이고,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정도야" "그정도로 뭘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립니다.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합니다.

음주를 했는가.
이 사건은 성추행사건이고 음주여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합니다.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라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거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합니디.
그러니 음주는 이 사건과 상관이 없습니다.

피해자는 왜 실명을 공개했는가.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합니다. 저는 피해자가 선택을 할때 고려할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주어진 정보를 고려하여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피해자가 결정한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나.
피해자는 문제를 해결할때,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입니다.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물론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에 해당하기때문에 경찰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제3자 고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그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징계는 언제 결정되는가.
정의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단은 당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고 직위를 해제했습니다. 오늘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으니 그 절차를 밟아 징계를 결정합니다. 다만 징계를 결정할때 당대표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양정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중앙당기위원회는 독립적 기구로 대표단이 관여할 수 없습니다.

2차피해
피해자 책임(유발)론에 따른 피해자 행실, 야한 옷차림, 진한 화장 등이 성추행 사건의 원인이 되었다며 피해자가 성추행을 유발시켰다고 규정하고 비난하는 행위
가해자 동정론에 따라 가해자의 서사, 능력, 지위 등을 이유로 가해자를 동정하고 옹호하면서 피해자가 과도하다식으로 비난하는 행위
피해자의 사적정보를 유출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피해자를 고립시키거나 집단적으로 따돌림하거나 모욕하는 행위 등등등

조직문화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규정하지 않습니다. 조직문화가 성차별.성폭력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합니다. 정의당은 성평등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교육도 꾸준히 해 왔으며 당적인 징계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원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으로 인해 일상적으로 성차별,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일하고 활동하는 사람을 동료가 아닌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있는 공간이 얼마나 평등하고 안전한지. 조직적인 노력이나 시스템은 얼마 갖추고 있는지.
이런 것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노력과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해자의 사과
자신의 성추행 행위에 대해 회피, 원망. 변명, 억울함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
그 잘못에 대해 성실한 사과를 하는 것
겸허한 책임과 재발방지 약속.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실천

오늘 받은 질문들 중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이 모든 과정을 신중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도 충실하게 고민해서 당원분들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를 믿고, 우리를 믿고. 당을 믿는다면 가능합니다.
모두들 힘내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젠더인권본부장)가 장혜영 의원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 받은 날 밤 11시 15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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