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도 정체 몰랐다, 무더기 확진 대전 선교학교 무슨일
“영어학원인 줄 알았는데 학교더라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조사를 나가는 서울시의 한 역학조사관은 26일 “역학조사를 하면서도 어학원인 줄로만 알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역학조사관도 어학원이라고 생각했던 이곳은 한 선교단체가 운영하는 비인가 국제학교. 초등학생부터 중·고등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
이곳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진 것은 지난 17일이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 한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줄줄이 감염자가 나왔다. 지난 20일까지 이곳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11명. 서울시는 열 명이 넘는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강남구 소재 영어학원'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일부 학생은 1대 1로 교사와 학습을 했고, '9인 이하 수업'이 가능해진 1월 첫 주에 선생님 1명과 수강생 4명이 6시간 수업을 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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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가 '국제학교' 곳곳 집단감염에 '화들짝'
서울시가 이곳을 어학원에서 ‘국제학교’로 정정한 건 지난 25일.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인 대전 IEM국제학교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다. 26일 기준 대전의 IEM국제학교에선 누적 133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광주와 경기도 용인에 있는 관련 TSC국제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홍천에서도 이 선교회와 관련해 39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인가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나오자 서울시는 71곳에 달하는 비인가 교육시설 조사에 들어갔다. 당초 어학원으로 분류했던 곳이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IEM국제학교와 관련된 비인가 국제학교가 서울 송파구에도 2곳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코로나19 검사를 권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 검사 대상자는 총 40명으로, 검사를 해 확진 여부를 파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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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IEM국제학교서는 무슨 일이
비인가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터져 나오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선교회 발 집단감염에 대해 행정력을 총동원해 확산을 차단하겠다”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언급한 선교회는 IM선교회로,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 다음세대 살리기 운동본부 IM선교회’로 되어 있다. 2010년 마이클 조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국제학교는 이 선교회가 세운 IEM국제학교와 TCS국제학교, MTS 청년훈련학교다. 대전시와 홍천군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10대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MTS는 2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선교활동 공부학교로 20~50대가 주축을 이룬다. 이 선교회는 이 밖에도 기독 방과 후 학교, 부모대안학교와 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건 ‘공동생활’ 형태로 집단 기숙을 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IEM국제학교 신입생과 재학생 등 120여명은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기숙사에 입소했다. 한 방에 적게는 7명, 많게는 20명이 배정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2일이지만, 감염자 발생에도 학교의 선제 검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당국이 검체 조사를 한 결과 선교회 건물 41개 지점 중 65%에 달하는 26곳에서 코로나19 가 검출됐다. 정수기와 화장실 문고리, 책상, 컴퓨터 키보드 등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 정해교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지난 4일부터 입소한 재학생부터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홍천·대전=박진호·김방현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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