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쌀국수 20만개 대박 '소이연남' 성공 스토리

박수호 2021. 1. 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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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더기까지 함께 냉동한 육수를 냄비에 끓였다. 건면은 조리법에 나온대로 1분 30초 삶았다. 봉지라면보다 조리가 쉬웠다. 육수와 면을 합치고 동봉한 튀긴 마늘 분말을 뿌렸다. 연남동 사거리에서 맡던 냄새가 났다.’

정동현 음식칼럼니스트가 ‘소이연남 똠얌쌀국수’ 시식 후기를 쓴 칼럼 일부다.

소이연남은 서울 연남동 소재 태국음식점으로 줄서서 먹는 맛집 중 한 곳이다. 특히 메인 메뉴인 쌀국수를 코로나 초창기인 지난해 1월 HMR(가정간편식)로 내놨다. 이 제품을 마켓컬리와 자사몰에 올렸는데 1년 만에 20만개가 팔렸다.

임동혁 타이이펙트 대표
소이연남 창업자 임동혁 타이이펙트 대표는 “매출을 컬리와 자체 판매(스토어 판매)로 나눠 정교하게 계산해봐야겠지만 컬리 매출이 훨씬 많았다. 쌀국수 하나로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오프라인 직영매장 1곳 매출을 온라인에서 올린 셈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약 1만개의 고객 후기가 달렸는데 대부분 호평이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국에 천만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임 대표는 2011년 연남동 동진시장 뒷골목에 테이블 4개짜리의 작은 공간에 ‘소이연남’ 본점을 내며 본격적으로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태국에서 물건을 사오는 비용과 태국 셰프에게 고시원방을 얻어주는 비용, 가게 보증금까지 다 합쳐 2000만원으로 소박하게 시작했다. 올해 1월 기준 소이연남 외에 소이연남 마오, 툭툭누들타이 등 9개 직영 매장, 130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던 시절, 임 대표는 HMR로 눈을 돌렸다. 임 대표는 “HMR 덕에 그나마 고용을 유지하며 사업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대표와 일문일답.

Q.HMR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현재 3가지 형태 HMR을 만들고 있다.

자체적으로 제품은 기획하되 제조는 전문 공장을 섭외해 품질 확인, 생산, 영업, 관리 업무를 모두 하는 형태(소이연남)가 하나, 유통업체와 협업하는 형태(피코크X툭툭누들타이)가 또 하나입니다. 최근 매장에서 직접 제조해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판매하는 직배송 밀키트(툭툭누들타이) 방식도 추가했다.

Q. 소이연남 쌀국수가 단연 화제인데.

가장 먼저 시작한 소이연남 HMR은 코로나19 확산으로 HMR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에 1년 정도 준비했던 아이템이다. 해외 사례를 볼 때 HMR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광받으며 집에서 요리해 먹는 시대가 빨리 올지는 몰랐다. 우리처럼 소규모 식당에까지 기회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더더욱 못했다. 다만 직영 중심이라 분점을 더 확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더 다양한 지역과 연령층에 저희 태국 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다. 제품을 내놓은 직후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가 와서 더 빠르게 관심을 받고, 한식이나 중식같은 일상식이 아닌 태국식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많아 차별화가 됐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매장 상황과 달리 HMR이 별도 매출 상품으로 자리 잡아줘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줄 서서 먹던 맛집으로 인정받던 소이연남, 지난해 쌀국수 HMR제품을 선보여 1년 만에 20만개를 팔며 코로나 시국을 이겨나가고 있다.

Q.너무 태국 현지 느낌이 나는 쌀국수 포장지가 많이 생소하기는 했다.

그게 바로 원했던 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매장 음식과의 싱크로율이다. 툭툭누들타이와 소이연남을 오픈하고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에서는 이렇게 해야 팔려’라는 생각으로 타협하거나 한국화하지 않고 현지 맛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HMR을 만들 때도 똑같은 생각으로 임했다. 그래서 매장의 그 맛이 잘 구현됐다는 평이 가장 벅차게 다가왔다.

Q.온라인 고객 관련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을 거 같은데.

출국할 때 혹은 해외 지인에게 보내주려고 구매하는 사례가 꽤 많다. 부피나 무게가 적지 않은데 태국 식당이 더 많은 뉴욕, 런던, 파리 등지에 사는 분들이 한국에서 돌아갈 때 우리 제품을 꼭 챙긴다. 왜 그러냐 물어봤더니 현지에는 이런 식당에서 먹는 맛을 내는 HMR 제품 찾기가 힘들어서라고 하더라. 더욱 힘이 났다.

Q.HMR을 만들려면 제조허가도 받아야 하고 해썹인증도 받아야 하는 등 허들이 많던데 어떻게 해결했나?

냉동 형태로 다른 유통채널에 납품하는 제품은 별도 제조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규모 제조와 보관, 유통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투자해서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문제조업체를 섭외해야 한다. 당시 우리같은 소규모의 자영업자가 HMR을 제작하는 일이 흔치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대규모 공장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우리와의 협업을 다 거절했다. 그래서 작지만 협업이 가능한 업체에 부탁하듯 쌀국수 시제품을 만들었다. 현재는 그 공장이 확장이전을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을 논의할 정도로 커졌다.

Q.외부 업체에 맡기면 레시피 노출, 도용 우려가 있을텐데.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주방을 벗어나 협업한다면 어느 정도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 동시에 스스로를 위한 안전장치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체 센트럴키친(소이팩토리)에서 핵심소스를 제조허가 받아서 만든다. 이걸 외부 제조공장에 납품하는 형태로 해서 최대한 레시피를 보호하고 있다.

Q.즉석제조 제품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제조허가 같은 걸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즉석제조의 경우 자영업자들이 잘 몰라서 주변에 노하우를 많이 전파하고 있다. 식당에 별도의 포장공간과 규정에 따른 간단한 시설만 구비하면 즉석제조면허는 신청, 허가가 매우 간단한 편이다. 직접 만들어 직배송(유통은 안되고 네이버 스토어팜 등 직접 판매하는 경우만 해당)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기 때문인지 구청 위생과에서 내용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잘 알려주고, 허가도 당일 혹은 며칠 안에 금방 내준다. 제품별 제조허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메뉴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 매장 맛 그대로 전달하기가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Q.앞으로 HMR 제품을 계속 늘릴 생각인가.

현재 소이연남 브랜드로 직접 기획한 것은 2개(소이연남 소고기쌀국수, 소이연남 똠얌쌀국수), 유통업체 협업은 피코크X툭툭누들타이 팟타이 1개, 직배송 밀키트는 해장키트(똠얌꿍, 깽쯧) 2개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다양한 태국 음식 5가지 정도를 추가할 계획이다. 단순히 코로나19 시대 부가매출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식당이 없는 서울 외 지역에서도 우리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HMR 사업을 해보니 ‘이런 시행착오는 후발 주자들은 안 했으면 한다’와 같은 조언이 있다면.

가장 신경 쓸 부분은 레시피 안정화다. 메뉴를 테스트할 때 한 가지 메뉴를 백 번 이상 먹어봤다. 면을 끓이는 시간, 가열하는 불의 세기 등을 달리 해보면서 조리법을 완벽하게 따랐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점을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하게 생각해보며 집에서 끓여먹듯 한그릇을 다 먹는 경험을 수차례했다. 그렇게 해서 대량 공정 레시피를 확정했다고 해도 수시로 확인하고 또 개선해야 한다. 고기, 양파, 마늘 하다못해 소금마저도 완전히 규격화된 맛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공장에 맡기더라도 포장 재질, 포장 방식도 직접 관여해 식당 정체성, 개성을 잘 살릴 수 있게 계속 얘기해야 한다. 재료나 맛을 결정할 때도 ‘이렇게 해야만 팔린다’라는 제조업체나 유통업계 의견에 휘둘리기보다는 내가 내고 싶은 맛을 고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식당에서 만난 고객 입맛을 생각하고 타협 없이 만들 때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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