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2021년 격변기 'DX·디지로그·피지털·딥택트'로 접근해야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우화는 유명하다. 옛날 인도의 왕이 장님들에게 코끼리를 만져보고 모습을 이야기하도록 했다. 이빨을 만지고 ‘무우’, 귀를 만지고 ‘부채’, 다리를 만지고는 ‘기둥’ 등으로 묘사했다. 부분적 감각을 기반으로 전체를 추론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편견을 경고한다. 그러나 커다란 코끼리가 아니라 작은 토끼였다면 시각장애인들은 실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대상이 클수록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2021년 1월에 이를 생각해 보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조망하기 위함이다. 국지적인 작은 변화는 직관적으로 이해되지만 디지털 혁명처럼 경제산업구조 전반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는 다른 차원이다. 미래 변화를 암시하는 신호 (sign) 와 소란한 잡음(noise)이 뒤섞여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각자가 나름대로의 방향을 탐색하지만, 초기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부분적이고 편향적인 인식도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흐릿했던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적응과 생존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수립되고 추진된다.
이런 측면에서 2020년은 디지털 전환의 변곡점으로 거대한 코끼리의 모습이 분명해졌던 시기로 비유된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흐름이 지난해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2021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본격적으로 융합되고 재구성되는 기간으로 예상된다. 실체를 파악한 코끼리의 모습을 전제로 경제주체들의 실질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디지털 전환을 지칭하던 ‘DT, Digital Transformation’에 뒤이어 최근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DX, Digital eXchange’라는 용어가 이러한 변화를 나타낸다. 비록 미세한 차이이지만 DT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일방향 혁신’이 중점이라면 DX는 ‘신생 디지털과 기존 아날로그 영역 간의 쌍방향 교류를 통한 융합적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2006년 이어령 교수가 디지털 기술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접근하는 퓨전의 개념에서 창안한 ‘디지로그’도 융합의 개념이다. 최근 등장하는 ‘피지털’ (phisital)로 물리적 세계의 ‘피지컬’ (physical)과 가상적 세계의 ‘디지털’ (digital)을 합성한 용어가 있다. 당초 드론 등 물리적 공간용 디바이스의 디지털대응도를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의 신조어였지만 자동차 회사의 온-오프 융합형 판매방식 등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언택트 (Untact) 비대면 시대에 대응하는 기존 아날로그 기업의 기본적 전략방향으로 컨택트 (Contact) 대면의 요소를 결합시켜야 한다는 딥택트 (Deeptact)의 관점이 모두 동일한 맥락이다. 비록 각각의 용어가 시차가 있고 개념도 조금 다르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교류와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조라는 접근은 동일하다.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아날로그 방식의 사업이 기본이다. 디지털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사업에 디지털 개념을 접목시키는 구체적 각론에서는 혼돈스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색의 시간은 많지 않다. 생활밀착형 전통적 아날로그 서비스 산업인 세탁, 식당, 음식 배달, 주차장, 정육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새로운 흐름이 시장판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 디지털 기업의 도전에 대응하는 아날로그 기업의 기본적 방향성이 ‘DX, 디지로그, 피지털, 딥택트’ 등이 제시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이다. 특히 아날로그 사업이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망, 대면 접점 등 역량의 디지털 관점 재해석과 재구성이 요체다.
기존 질서 유지기의 산업은 고체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패러다임 변화기에 산업은 액체처럼 유동화된다. 격변기인 2021년은 아날로그 기업들에게 도전이자 기회의 시간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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