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취업난에 회계사 시험 열풍

박지환 2021. 1. 26. 11: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차 시험 응시자 1만3458명
23.8%↑..20년만에 역대최대
주52시간제·신외부감사법 등 처우개선 한몫. 취업난도 영향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회계사 시험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최근 마감한 올해 1차 시험 응지사 수는 근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극심한 취업난과 신외부감사법 도입으로 인한 처우 개선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감한 올해 제56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는 지난해보다 2584명(23.8%) 증가한 1만3458명이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공인회계사 1차시험 지원자 수를 보면 2017년 1만117명, 2018년 9916명, 2019년 9677명 등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1만874명으로 12.4% 오른 뒤 올해 지원자가 다시 크게 늘었다. 회계사 시험 1차 응시자수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만5406명, 2000년 1만60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나타내며 줄곧 1만명 내외 수준을 유지해왔다.

최근 회계사 시험 수험생 급증 배경은 역대급 취업난에서 찾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총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연간 실업률은 9.0%였지만 실업자에다 잠재적 취업 가능자, 구직자, 시간제 일자리 취업 가능자 등을 합한 확장실업률은 26%에 이른다.

2년차 회계사 시험 준비생은 "최근 취업난을 감안해 올해 응시자 수가 1만2000명 정도 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1000명 넘게 늘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극심해진 취업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회계사 시험 도전에 나선다는 한 수험생은 "당장 굳게 닫힌 취업문을 두드리기 보다는 3~5년간의 수험 기간을 보내며 일단 소나기만 피해보자는 말이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회계사 자격 소지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한 몫 한다. 과거 5년차 미만의 회계사의 경우 야근이 많은 업무 환경으로 워라벨이 좋지 못함에도 연봉이 박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매년 1000명씩 나오는 신입 회계사의 비해 업계 전체 일감은 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만은 있지만 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주52시간제, 신외부감사법 등의 도입으로 분위기가 크게 반전했다. 2018년 신외감법 도입으로 주기적 감사인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면서 회계사의 수요는 물론 감사보수도 크게 상승했다. 한때 기본급 포함 4000만원 수준이던 신입 회계사 초봉은 최근 6000만원까지 올라왔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2~3년전부터 업계 전체적으로 이직을 하는 회계사들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매니저 직급(입사후 5년)부터는 연봉을 1억원으로 맞춰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회계사 자격증의 인기 증가는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입 회계사는 매년 금감원 신입 직원 채용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지원자 유형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 채용에서는 90여명 모집에 3~4명 밖에 안될 정도로 그 수를 눈에 띄게 찾아 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회계사 수요가 지속할지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지난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은 전년 보다 25% 넘게 신입 회계사 채용을 줄였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소 선발예정인원을 1100명으로 정했다. 공급이 수요보다 맞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반기업 회계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업계 내부의 신입 회계사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00년 초반 신입 회계사 취업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