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고무줄 돈다발 370만원..순식간에 건네고 사라진 할머니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대구시청을 찾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면서 노란 고무줄로 묶은 돈다발을 건네고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는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익명의 할머니는 토요일인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쯤 모습을 나타냈다. 할머니는 대구시청 본관 정문 앞을 서성이면서 청사 안을 슬쩍슬쩍 쳐다봤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청원경찰이 할머니에게 다가가 "어떻게 오셨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러더니 청원경찰에게 주면서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으면 한다"고 했다.
청원경찰이 "그러시면 담당 부서로 안내해 드리겠다. 직접 전달하시는 게 어떠시냐"고 묻자, "나는 심부름으로 대신 온 것뿐이다. 그러니 전달만 해달라"고 한 뒤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름 등을 물어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건넨 흰 봉투에는 노란 고무줄에 묶인 5만 원권 돈다발 두 개가 들어 있었다. 5만 원권 지폐 74장, 370만원이었다. 흰 봉투 겉면에는 한글로 '사회복지과 귀중'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할머니가 손수 모은 돈으로 보인다. 할머니에게 직접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다. 대구시는 할머니가 전해 준 성금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전달해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박재홍 대구시 복지국장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전해준 익명의 기부자에게 감사드린다”며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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