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인정한 인권위, 묵인·방조는 불인정

천금주 2021. 1. 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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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행위들을 제외하고 피해자가 주장한 다른 여러 피해 의혹들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서울시 직원 등의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1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심의·의결하고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피해자 지원단체가 지난해 7월 28일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조사자인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하기 어렵고 박 전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행위들을 제외하곤 피해자가 주장한 다른 여러 피해 의혹들은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에도 잔류를 권유한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또 서울시가 비서실 내 성폭력 사건 이른바 ‘4월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이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며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을 인식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4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서울시는 일반적인 성폭력 형사사건 또는 두 사람 간 개인적 문제라고 인식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고 한 인권위는 “이로 인해 비교적 잘 마련된 서울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고 했다.

피소 사실 유출 경위는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이 피소를 인지하게 된 피해자의 고소 사실 유출 경위에 대해선 “수사기관에서 자료를 받지 못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으며 유력한 참고인들이 답변하지 않는 등 조사에 한계가 있어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입장문을 통해 “인권위 발표에는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언급돼 있다”면서 “국가기관에서 책임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시간이 우리 사회를 개선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다른 위력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서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상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국가, 지자체 조치 의무 조항을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지원 단체인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도 “보통의 성희롱 사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로도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실’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또 “이제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시간”이라면서 “인권위가 지적한 서울시 2차 가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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