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는 살아나야 할 때 살아난다
황의조(29·지롱댕 보르도)의 발 끝에서 멀티 골이 터졌다. 유럽 무대 진출 이후 처음이다.
황의조는 24일(한국시간) 프랑스 보르도의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열린 2020~21시즌 리그앙 21라운드 앙제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 전반 8분과 11분 두 골을 연달아 뽑아내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은 황의조의 시즌 4, 5호 골이자 2019년 7월 보르도 입단을 통해 프랑스 리그에 진출한 뒤 처음 기록한 멀티 골이었다. 2경기 연속 골,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황의조는 팀 내 최다 득점자(19경기 5골 2도움)가 됐다.
멀티 골은 황의조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인 원톱 자리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는 보르도 입단 후 최전방에서 뛰다 측면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한 뒤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리그 개막 후 14경기 동안 마수걸이 골 없이 침묵한 것도 이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장 루이 가세 감독은 16라운드 스트라스부르전부터 그의 자리를 원톱으로 되돌렸다. 그 결과 황의조는 17라운드 랭스전과 20라운드 니스전, 그리고 이번 앙제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제 자리로 돌아와 네 골을 쏟아낸 것이다.
황의조는 중요한 순간일수록, 위기일수록 더 강해진다. '갓의조'라는 화려한 별명을 얻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그 시작이었다. 황의조는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학범 감독이 발표한 최종 명단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29·토트넘)이나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선방 쇼를 펼친 조현우(30·울산 현대)와 달리, 황의조는 대표팀에서 활약이 없었다. 이를 두고 '인맥 축구'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자신과 김학범 감독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정면돌파한 건 결국 황의조 자신이었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뛰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7경기에서 9골 1도움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에 발탁된 황의조는 측면 공격수로 뛰었지만, 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많은 우려를 샀던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멕시코와 카타르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황의조는 살아나야 할 때 살아나는 법을 아는 선수다. 보르도의 가세 감독은 앙제전이 끝난 뒤 "황의조는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때로는 치고 나가며 깊이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할 때는 그렇게 한다. 측면에 세울 때도 불평하지 않는다. 이상적인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실력으로 되찾은 황의조는 유럽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9~20시즌 기록한 자신의 유럽 한 시즌 최다 골(6골)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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