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10살인데 지방간?.. 비만 '합병증' 앓는 아이들 크게 늘어

민태원 2021. 1. 2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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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소아·청소년 비만

비알코올성, 15년 새 44% ‘폭증’… 스스로 인식 못하고 부모들도 방치
고지혈증·당뇨병·간경화 등 고생… 코로나로 활동 줄어들면서 더 심각


김모(10)양은 이달 초 성조숙증 치료 과정에서 간수치(ALT)가 49 IU/ℓ로 정상 기준(남학생 33, 여학생 25 IU/ℓ)을 훌쩍 넘는 걸로 나와 비만영양클리닉으로 의뢰됐다. 진단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었다. 원인은 비만으로 꼽혔다. 키 151.1㎝, 몸무게 62㎏인 김양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27.2로 전체 소아의 99.7%에 해당돼 중증 비만이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 기준은 성인과 달리 BMI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정해진다. BMI가 85% 이상에 들면 과체중, 95% 이상이면 비만, 99% 이상이면 중증 비만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2월 측정된 김양의 간수치는 18 IU/ℓ로 정상이었다. 불과 1년 만에 심각한 비만으로 간에 합병증까지 초래된 것이다. 김양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나 학원도 못 가고 거의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 한두 끼는 패스트푸드로 해결한다. 아빠가 저녁 늦게 퇴근하면 함께 치킨 등 배달 야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조모(15)군은 열 살 때부터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BMI가 33.4로 상태가 더 나빠졌고 고혈압과 고지혈증까지 동반됐다. 조군은 지난해 6월부터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

비만으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 간경화 같은 합병증을 앓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가뜩이나 신체활동이 적은 아이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등교 등 바깥활동이 줄면서 온라인 수업·게임 같은 좌식생활과 불규칙한 수면이 일상이 되고 식습관 역시 나빠져 이른바 ‘코로나 비만’의 심각성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른 시기에 성인 만성질환을 앓게되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코로나 상황에서만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이전에도 각종 데이터를 통해 곳곳에서 신호가 감지됐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대용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으로 진료받은 19세 이하 환자는 2015년 1837명에서 2019년 3812명으로 4년 새 2.0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0~19세 지방간 환자는 37.4%(2015년 9482명→1만3029명), 고지혈증은 32%(1만1047명→1만4590명), 당뇨병은 24%(9335명→1만1571명) 증가했다.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화를 앓는 아이들도 5%(129명→135명) 늘었다.

이 교수는 25일 “10세 전 아이들은 비만이란 걸 스스로 잘 알지 못하고 부모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은 중·고등학생들이 대다수”라면서 “대개는 학교검진에서 간수치가 높게 나오거나 다른 질환 치료를 받으러 왔다가 비만 합병증이 의심돼 의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은 어른처럼 비만으로 돌연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면 합병증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10대에서 간수치 상승으로 나타나는 지방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박승하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19세 4448명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15년 사이(2001~2005년 7.8%→2015~2017년 11.2%) 44%가량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증가폭이 남학생보다 컸다. 같은 기간 비만 유병률도 7.3%에서 10.6%로 뛰어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박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이 줄지 않는 이상 지방간 유병률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간은 간 무게의 5% 이상 지방(특히 중성지방)이 쌓일 때 진단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어른이 돼서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섬유화나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올해 스무 살인 이모씨는 중학교 1학년때 비만으로 간수치가 332 IU/ℓ로 정상 보다 10배나 치솟았다. 간조직 검사에서 간섬유화가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약물 치료를 시작했고 그간 미성년자여서 하지 못했던 비만 수술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모(22)씨도 15세에 비만 치료를 시작했지만 혈당과 당화혈색소(당뇨병 진단 지표)의 지속 상승으로 4년 전부터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이밖에 성조숙증, 수면무호흡증, 코골이, 관절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울러 자존감 하락이나 따돌림으로 학교와 사회생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환경 변화는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소아과학교실 안문배 교수팀은 성장클리닉에 등록된 4∼14세 226명의 BMI를 측정한 연구논문을 통해 코로나 전후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휴교 조치가 처음 이뤄진 지난해 3월 2일을 기점으로 직전 1년을 ‘코로나19 이전 기간’, 직후 6개월을 ‘코로나19 기간’으로 정하고 비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전 기간에 과체중이나 비만군에 속했던 아이들이 전체의 23.9%였는데, 코로나19 기간에는 31.4%로 크게 높아졌다. 정상 체중군 158명 가운데 22명(9.5%)은 과체중 및 비만군으로 옮겨간 걸로 분석됐다. 해당 기간에 아이들의 중성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도 각각 상승한 걸로 나타났다.

등교 중단과 비대면 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신체활동이 줄고 칼로리 섭취는 많아진 탓으로 풀이됐다. 연구팀은 “코로나 비만아들의 향후 대사성 복합질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승하 교수는 “음료수나 패스트푸드 등 서구화된 음식, 그 중에서도 과당이 지방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해 알코올과 같이 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소아·청소년 시기에는 과당 섭취를 줄이고 운동 등 신체활동을 늘려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위험이 낮은 넓은 공원 같은 곳에서 매일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을 가족 일과에 포함시키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게 좋다. 이대용 교수는 “성장기 아이들은 비만 관리를 위해 굶기는 것이 아니라 소위 ‘신호등 식단(그래픽 참조)’을 구별해 주의깊게 섭취하도록 하고 전문가 진료를 통해 합병증 확인과 필요 시 약물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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