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구 자연감소 시대, 소멸 재앙 막을 대책 제시해야
무상 의무 돌봄 제도 시행해볼만
주민등록 기준 인구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에 따라 사망자는 계속 증가했고, 적게 태어난 젊은 세대들이 더 적게 출산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출생아 수가 계속 감소해 인구 역전의 폭은 앞으로 빠르게 커질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인구 팽창 시대를 살아왔으나, 이제부터는 인구 축소 시대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사회·경제 체계 개편은 물론 개인 생활도 근본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인구 정점에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을까. 우선 인구 감소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출생률은 0.8명대로 오히려 낮아졌다. 미시적 정책들에만 의존했을 뿐 거시적인 사회 구조적 접근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정책들마저 사각지대가 크고 지원 수준도 영세하고 불충분했다. 따라서 관련 정책들은 필요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고, 각종 급여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예컨대 무상 의무 돌봄 제도를 도입해 모든 아이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성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 형태나 계약 관계와는 무관하게 모든 부모에게 출산·육아 휴직 등 ‘시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5의 사회보험 성격의 ‘부모 보험’을 도입하자. 이를 통해 부모는 그 누구라도 일·가정 양립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어떤 질병으로부터도 임신과 출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미시적 정책들의 획기적인 전환과 동시에 거시적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일자리 안전망을 공고히 해서 실직으로 인해 자녀 양육이 좌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녀 성장기에 주거 안정화를 위해 장기간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경우 소유권을 이전해주는 임대주택 소유 전환제(가칭)를 제안한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양육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학력·학벌보다 인성·능력 위주로 채용과 승진의 기회를 부여하는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가족생활과 노동시장에서 양성평등이 실천될 수 있도록 장애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런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의 선택이 용이해질 수 있다. 이런 대책에 투입하는 예산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선진국보다 한국의 인구 감소에 따른 재앙의 위협이 훨씬 큰데도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GDP 대비 1% 선에 그치고 있다. 3% 선인 프랑스·스웨덴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를 늘리자.
인구 정점에서 안전하게 내려가는 또 다른 방법은 내리막길 곳곳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령인구 급감 흐름에 적합하도록 현행 6·3·3·4년의 초·중·고·대학 체계에서 탈피해 초·중 또는 중·고를 통폐합하자. 종합대학 형태인 4년제 대학을 단과대학 중심의 특성화 대학으로 전환해 지역 균형에 맞게 재배치하자.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응해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더 나아가 70세까지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평생교육을 의무화하고, 일·생활의 균형이 가능하게 일하는 방식을 고령층까지 보편적으로 개선하자. 노후 보장과 현역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
위에 제시한 두 방법 중 어느 하나라도 실패할 경우 우리는 인구 정점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검토만 되풀이하고 폭탄 돌리기 하듯 인구 재앙 대책의 실천을 계속 미루는 행태는 더이상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고령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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