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화상통화 속 얼굴
2016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에는 나이 든 세대가 놓치기 쉬운 유머 코드가 하나 숨어있었다. 주인공 토끼가 폰으로 부모와 화상통화를 할 때 화면에 등장하는 부모의 모습이다. 토끼 부모가 평소처럼 폰을 내려다보면서 화상통화를 하는 바람에 얼굴 아랫부분이 크게 나오는데, 젊은 관객들만 그걸 알아보고 웃었다. 셀카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화상통화를 할 때도 자신이 화면에 어떻게 등장하는지에 신경을 쓰는 반면, 나이 든 세대는 흔히 대화 상대의 얼굴을 보는 데 바빠서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단순한 1대1 화상통화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팬데믹 때문에 줌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서 단체로 수업을 듣거나 여러 사람이 화상회의를 하는 게 일상화되면서 이 문제가 두드러졌다.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화면에 주르륵 늘어서면서 화면 속 사람들의 차이가 더욱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카메라에서 너무 멀리 앉은 사람, 너무 가까이 앉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마가 크게 나오거나 턱이 크게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화상회의에서 얼굴이 제각각으로 등장하는 게 정신 사납다는 불평이 나오면서 이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등장했다. 구글에서 사람이 카메라 앞에 어떻게 앉아있어도 정면에 똑바로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거리와 각도를 보정해주는 기술특허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가상배경이 지저분한 방을 숨겨준 것처럼, 새로운 알고리즘이 화면 속 자세도 보정해줄 날이 머지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속 내 방이 깨끗해지는 것도, 내 삐딱한 자세가 교정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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