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맹탕 청문회'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청문회 무용론..제도 개편 검토해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는 ‘맹탕·부실 청문회’의 재탕이었다. 3선 여당 의원이 어느 직위보다 정치 중립이 필요한 법무부 장관을 맡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상황이고, 박 후보자는 ‘패스트 트랙 사건’의 피고인이다. 여기에다 재산 신고 누락 및 허위 거래 의혹, 고시생 폭행 시비,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제기한 인사와의 소송전 등 부적격 사유가 계속 추가됐다. 그렇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자질을 검증해 법무부 장관 업무 수행에 적합한 인물인지 따지고 가려내는 자리가 돼야 했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증인과 참고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게 결정적 원인이다. 야당은 증인 채택을 여당이 전면 거부했다며 전날 별도의 장외 청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료 제출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상당수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채 청문회는 끝났다. 문제는 ‘모르쇠’로 하루 이틀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이런 요식행위 청문회가 특히 이 정부 들어 습관처럼 되풀이된다는 사실이다. 전임인 추미애 장관, 그 전임자인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가 모두 같은 패턴이었다. 핵심 쟁점이던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 증인이나 가족 등의 증인 채택을 여당은 ‘정치 공세에 따른 신청’이란 이유로 모두 거부했다. 정작 박 후보자는 과거 법사위 위원 시절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거부를 맹공했다. 또 “고위 공직 후보자의 자료 제출에 대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핵심 견제 수단이다. 이를 무시하는 건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하지만 청문회 자체는 겉돌고 국회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은 매번 임명을 강행해 청문회가 끝날 때마다 청문회 무용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인사청문회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데다 청문회 결과는 장관 임명에 법적 걸림돌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국무위원을 청문회 대상으로 확대해 제도화한 게 노무현 정부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가 역대 가장 많은 30명에 육박한다. 노 정부를 잇는다는 문재인 정부라면 제도를 지금처럼 무력화시킬 게 아니다.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고,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를 존중해야 통과의례 청문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사 때마다 논란과 갈등만 일으키고,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을 찾느라 매번 애를 쓰느니 차제에 여야 합의하에 인사청문회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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