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만큼 값진 4위..전인지 "자신감 찾았어요"

김지한 입력 2021. 1. 26. 00:04 수정 2021. 1. 2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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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개막전서 17언더파
2019년 10월 이후 최고 성적 올려
휴식기 귀국 대신 심리안정 찾아
시즌 개막전에서 4위에 오른 전인지는 “응원해 준 팬들께 올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AFP=연합뉴스]

“확신을 가졌던 한 주였어요. 벌써 다음 대회가 기다려져요.”

25일(한국시각)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토너먼트 오브챔피언스를 마친 전인지(27)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이번 대회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했고, 4위(합계 17언더파)에 올랐다. 2019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공동 4위) 이후 LPGA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이다.

우승은 제시카 코다(미국·합계 24언더파)가 차지했다. 전인지는 무엇보다 길었던 부진을 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귀국 전, 전화로 인터뷰한 그는 “내가 가려는 방향이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을 갖고 귀국한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2016년 LPGA 투어 진출 당시 떠오르는 별이었다. 메이저 2승 등 LPGA 투어 3승에, 데뷔 시즌 신인왕과 최저 타수상까지 받았다. 실력과 매너를 겸비해 국내 여자 골퍼 중 최고 팬덤을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승에서 멀어졌다. 2018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끝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톱10도 쉽지 않았다. 2019, 20시즌 38개 대회에 나갔지만 톱10는 네 번뿐이었다. 전인지는 “내가 조급했다”고 말했다. 연습 때는 샷과 퍼트가 잘 됐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기술적으로 좋아졌는데 성적이 따라오지 않아 나 자신을 의심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다. 그걸 느끼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이 끝나자 한국 선수 대부분이 귀국길에 올랐다. 4주 휴식기에도 전인지는 미국에 남았다. 이 기간에 그는 기술보다 심리적인 면을 더 가다듬었다. 그냥 연습장 대신 코스에 나가 좋았던 느낌을 찾으려 했다. 그는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잘하겠다’는 강박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대신 나 자신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효과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그린 적중률(72.2%)도 높았고, 퍼트 수(26개)도 적었다. 전인지는 “첫날 6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다. 예전 같았으면 ‘오늘도 안 되네’하고 생각하며 힘들어했을 거다. 이번에는 ‘할 수 있는 걸 더 자신 있게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 마음이 나흘 내내 이어졌고,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매년 1월, 전인지는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2년 전 이맘때 세상을 떠났다. 별세 사실도 모르고 개막전을 치렀다. 대회가 끝난 뒤에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골프가 생각한 대로 안 될 때, 할머니마저 그렇게 떠나보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때는 골프가 미웠다”고 회상했다. 전인지는 그래도 할머니를 떠올리며 다시 클럽을 잡았다. 그는 “할머니는 생전에 내가 골프 하는 걸 보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하셨다. 이번 할머니 기일에도 산소에 찾아뵙지 못했다. 그래도 묵묵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할머니가 좋게 바라봐주실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번에 잠깐 귀국했다가 설 연휴를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간다. 달라진 마음가짐만큼 목표도 달라졌다. 우승 같은 상투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는 “어려웠을 때도 한결같이 날 응원한 모든 분이 응원한 보람을 느끼게 하고 싶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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