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장 비서에 20·30대 女배치 관행..피해자 보호 전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하면서 또 한 번 ‘역대 비서실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인권위가 “젊은 여성만을 관행처럼 비서로 발탁했다”며 박 전 시장을 보좌하던 이른바 '6층 사람들'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고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서울시는 이례적인 인권위의 지적에 대해 “인권위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공식 입장을 오는 26일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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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비서실장 책임론…“친밀함 강조한 인지 감수성도 문제”
25일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를 통해 서울시의 비서 운용 관행을 지적했다. 인권위는 “서울시는 시장 비서실 데스크 비서에 20~30대 신입 여성 직원을 배치해 왔다”며 “비서 직무는 젊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고정관념,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등 타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감정노동은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피해자 A씨를 비서직으로 발탁하고, 그간 비서실을 지휘·감독한 역대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다시금 부각된다. A씨는 2015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4년간 시장 비서실에 근무했다. 9급 공무원으로 입사해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인 ‘지방행정서기보 시보’ 신분으로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 근무했다. 그러던 중 이례적으로 시장실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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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묵인은 아니지만…“위계구조 등 인식 못해”
A씨가 성추행을 주장한 기간 총 4명의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의 비서진을 지휘했다. A씨가 시장실로 발탁될 당시 비서실장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2015년 3월~2016년 7월)이었다. 이후 허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등 대부분 박 전 시장이 발탁한 인사들이 비서실장을 거쳤다.
인권위는 이들을 비롯한 비서실 직원들이 성희롱 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조·묵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판단했다. 오 전 비서실장과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지난해 12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를 공개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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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해자와 유관 부서로 전보…“보호·지원 전무”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해 4월 있었던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4월사건)’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도 미흡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4월 사건을 인지한 후 서울시는 피고소인을 다른 부서로 전보했지만, 피해자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였다”며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서울시 파견 경찰은 피고소인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에게 합의 및 중재를 요청했다”며 “4월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부서장은 사건 담당 부서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지도 않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서울시에 피해자 2차 가해와 보호를 할 수 있는 조치가 전무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 인권위 조사에선 비서실의 부실한 성희롱 예방 교육도 드러났다. 피해자 역시 4년간 비서실에 근무하며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다른 시장실 직원의 성희롱 예방 교육 이수율도 30%가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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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외부에 신고했다해도 2차 피해 예방해야”
인권위는 서울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서울시는 그간 “피해자가 내부 인권담당관이 아닌 외부 기관에 신고했다”며 “외부 기관이 수사에 착수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보호를 강제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해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사건이 공식적으로 내부 고충 처리기구에 신고되지 않았더라도 피해 등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지자체장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형사처벌 외에는 제재할 관련 규정이 없고,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외부 단체에서 사건 조사를 전담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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