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재정 감당 범위에서 제도화 검토하라" 손실보상제 참전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손실보상 제도화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한 보건복지부ㆍ식품의약품안전처ㆍ질병관리청에 대한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고,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은 더디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러한 언급은 여권 주자들의 ‘코로나 지원’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간 갈등 양상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을 주장하며 경기도민에게 먼저 10만원을 지급키로한 이재명 경기지사, 또 손실보상제의 법적 제도화를 지시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우려해온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갈등을 빚어왔다. 정 총리는 특히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격노하기도 했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정 총리와 이 지사의 '홍 부총리 때리기'엔 우려를 표시했다. 대선 후보들간에도 입장차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홍 부총리는 24일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이날 손실보상제 제도화 추진을 지시하면서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라고 언급한 걸 두고는 "손실보상제 제도화와 관련해선 정 총리와 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 홍 부총리, 또 홍 부총리를 배려한 이 대표의 입장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손실보상제 자체에 힘을 실어준 만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저항했던 홍 부총리가 설 땅을 잃었다"는 분석도 민주당에선 나왔다.
이와관련, 여권의 핵심 인사는 “코로나 대책이 대선주자 간 경쟁으로 진행되면서 문 대통령도 이들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곤란해진 상황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 총리, 이 대표 등 대선주자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나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다음달부터 백신과 함께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가 의료 현장에 투입되고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형성할 것”이라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의 투명성ㆍ개방성ㆍ민주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부작용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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