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올 시즌 KBO리그 참여에 문제 없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인수에 나섰다. SK 야구단 모기업인 SK텔레콤 관계자는 25일 "신세계 측과 야구단 양도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 그룹 역시 "SK텔레콤과 프로야구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측은 매각 대금 규모 등 세부 조건 합의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26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면,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기업 간 야구단을 양수·양도한 역대 여섯 번째 사례가 된다. 2001년 기아자동차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한 이후 20년 만이다.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SK 와이번스는 지난 20년간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 구단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SK 사정에 정통한 한 야구 관계자는 "SK그룹이 최근 프로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보다 비인기 종목 지원을 통한 사회 공헌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현재 빙상과 펜싱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또 SK그룹은 지난 12년간 핸드볼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8년 12월부터 대한핸드볼협회를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14년 초 한정규 SK텔레콤 부사장에게 직무대행을 맡기고 잠시 물러났을 뿐, 2년 만에 회장직에 복귀했다. 지난해 말 제27대 대한핸드볼협회장 선거에서는 4년 연임이 확정됐다.
신세계그룹은 전부터 야구단 운영 기회를 노렸다. 재정난에 시달린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 인수 후보 기업으로도 수차례 거론됐다. 이번 SK 와이번스 인수 역시 야구를 좋아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에는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계열사가 하나도 없다. 매각이 확정되면 야구단 모기업은 신세계 이마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단 매각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SK 야구단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민경삼 사장과 류선규 단장 등 고위 관계자들은 말을 아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SK 구단 관계자는 "구단 매각과 관련한 입장은 SK텔레콤으로 일원화해 전달할 계획이다. 구단에서도 실제로 아는 내용이 많지 않아 드릴 말씀이 별로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신세계그룹이 올해부터 KBO리그에 참여하려면, SK 와이번스가 KBO에 회원자격 양도를 신청해야 한다. KBO 규약 제9조 1항에는 "구단이 회원 자격을 제삼자에게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또는 구단의 지배주주가 변경되는 경우, 구단은 그 전년도 11월 30일까지 총재에게 구단 양도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시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총재는 신청기한을 조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새 회원사가 (리그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시간과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KBO도 승인을 미룰 이유가 없다. 신세계그룹도 당장 올 시즌부터 KBO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엔 KBO 이사회 총회에서 재적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KBO 이사회는 신세계그룹이 제출한 재정 상황 증빙서류, 구단 운영 계획서, 정관 및 KBO 규약 준수서약서 등을 검토한 뒤 결정을 내린다. 승인이 완료되고 신세계그룹이 KBO 가입금을 납부하면 곧바로 KBO 회원 자격을 얻게 된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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