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터진 정의당, 與는 기대감? 내부선 "표 가져올수도"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여야는 25일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도 비판의 방향은 달리했다. 야당은 4·7 재보궐 선거에 나선 후보군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의 성추행 사건이 원인이 됐다는 점을 공세 포인트로 삼았다. 정의당 대신 민주당을 비판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고 적었다. 이어 “다만,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의당의 태도와 대응 과정만큼은 매우 적절했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것을 당이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징계 절차에 들어간 것을, 비슷한 성범죄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민주당에 견줘 비판했다.
같은 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관되게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박원순 전 시장의 피해자는 2차·3차·4차 가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최형두 원내대변인이 “민주당은 사과 태도에 관한 한 정의당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가라”고 논평했다. 익명을 원한 한 여성 의원은 중앙일보에 “진보 진영엔 성추행 DNA가 흐르고 있느냐”며 싸잡아 비난했다.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돼 수감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하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뒤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전직 비서를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진보 진영에서 또 터진 파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변인이 논평을 내는 정도로 대응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사건을 언급하며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은 젠더 이슈와 인권, 성 평등 가치에 누구보다도 앞에서 목소리를 내왔다"면서 "지금까지 정의당의 모습에 비춰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파장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이건 정의당 사건이다. 불똥이 왜 민주당으로 튀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야당 일각의 공격처럼 김 대표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것을 계기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소속 인사들도 함께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여론 추이를 살폈다.
다만 민주당 일부에선 야당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받아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성추행 의혹 보도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병욱 의원 사건 등 국민의힘도 누구를 탓할 처지가 아니다. 네거티브 공세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방식의 역공”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부정적이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불리한 이슈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안 그래도 사표 방지를 고민하던 정의당 지지층이 자당 후보에서 민주당 후보로 움직일 요인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정의당 지지층이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에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아무래도 여성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왔다.
정의당은 대형 악재를 맞았다. 4월 재보선을 ‘반(反)성폭력 선거’로 규정했던 당 대표 스스로가 성추행 당사자가 됐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서울·부산시장 보선 후보등록이 완료됐다. 현재 상황에서는 두 분의 후보는 고(go)다. 달라지는 건 없다”며 “누구도 예기치 못한 큰 상황이 발생한 터라 추후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김영진 부산시당 위원장이 각각 단수로 신청한 상태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정의당은 김윤기 부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해체” 주장까지 나오는 등 내홍 기류도 감지되는 중이다. 익명을 원한 정의당 관계자는 “당이 민주당 2중대 이미지를 떨치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선명한 야당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충격이 상당하다”며 “벌써부터 ‘최대 계파인 인천 연합이 나서야 한다’ 등 책임론과 당 수습방향을 두고 격한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현일훈·김준영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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