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돈줄..美 외국인 직접투자 반토막, 中 1위로
돈은 어디가 괜찮은 곳인지, 돈이 되는지를 안다. 지난해 중국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서 미국을 제치고 사상 첫 1위를 차지한 이유다. 외국 기업이 특정 국가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사업을 확장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면 FDI 금액이 늘어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5일 발표한 '투자 트렌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FDI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은 1630억 달러(약 180조원)로 1년 전보다 4%나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에 각국이 신음할 때 신속히 경제 활동을 재개한 영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의 충격을 털어낸 중국과 달리 다른 국가의 상황이 더 나빠지자,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생산 기지로 여기고 돈을 쏟아부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선진국의 FDI는 처참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중국에 부동의 1위 자리를 넘겨준 미국의 FDI는 1340억 달러(약 148조원)로 1년 전보다 49% 줄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의 FDI(1100억 달러·약 121조원)는 71%나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의 확산 세가 거셌던 영국과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신규 FDI 유치가 아예 없었다.
선진국의 부진 속에 지난해 전 세계 FDI는 8590억 달러(약 949조원)로 1년 전보다 42%나 감소했다. UNCTAD에 따르면 전 세계 FDI 감소 폭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WSJ은 “미국의 FDI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한 광범위한 경기침체 상황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으로 돈이 흘러드는 건 새삼스럽지는 않다. 중국과 미국이 1·2위를 맞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역전의 조짐은 조금씩 나타났다. 2016년 미국에 대한 FDI는 472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줄었다. 반면 중국에 대한 FDI는 2016년(1340억 달러)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WSJ은 “지난해 FDI 통계는 미국이 지배해 온 세계 경제의 중심이 중국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변화는 팬데믹 사태 속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지위를 확고하게 하고, 전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기업마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월마트는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처음 보고된 중국 우한에 5년 동안 30억 위안(약 5000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중국에 9억 위안(1500억원)을 들여 로스팅 공장을 짓는다.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상하이 공장 확장 및 연구시설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디즈니는 상하이 디즈니랜드파크에 새로운 테마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해외공장의 자국 복귀)를 추진하고 해외 기업의 투자 위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FDI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읽혔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국산 제품 사용 확대 정책('바이 아메리칸') 등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국의 FDI 1위 재탈환은 시간 문제란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 전문 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의 다니엘 로젠 창업자는 WSJ에 “개방 경제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폐쇄적인 시스템인 만큼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면 FDI 회복과 관련한 전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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