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산업 지형도 | 프레시지, 밀키트 제조 70% 점유 쿠팡·컬리·교촌·쿠캣 '식탁 전쟁'

노승욱, 박지영 2021. 1.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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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R 시장이 성장하며 갈수록 분업화, 전문화되고 있다. 갈래는 크게 네 가지. 제조, 유통, 맛집(브랜드·레시피 제공), 마케팅 지원이다. 분야별 주요 사업자와 트렌드 등 HMR 산업 지형도를 들여다봤다.

1.제조

▶CJ·오뚜기 1세대에 프레시지 도전장

HMR의 원조는 CJ제일제당, 오뚜기, 풀무원 등 식품기업이다. 이들은 비비고, 햇반, 3분카레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자사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팔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HMR 수요가 늘자 공급업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레시지 등 위탁생산(OEM) 전문기업이 등장하고, 아워홈 등 단체급식 전문업체도 본격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밀키트 시장에서는 프레시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프레시지는 2018년 매출 218억원에서 이듬해 712억원, 지난해에는 약 1500억원으로 매년 2~3배씩 급성장하고 있다. 프레시지가 취급하는 밀키트 제품 종류만 300종 이상, 반찬류를 포함하면 500종이 넘는다. 자체 추산 밀키트 시장점유율 70%를 자랑한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스테이크 등 특별식에서 국·탕·찌개 등 일상식으로 HMR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내식(가정식) 시장 규모가 외식 시장 규모와 맞먹는 100조원 규모로 추산될 만큼 급성장 중이다. 밀키트를 비롯한 모든 HMR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지속 투자 중이다. 최근에는 중기부 선정 ‘백년가게’들의 밀키트 제품 생산과 유통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그간 생면 등 냉장 HMR 위주에서 냉동 HMR 시장으로 영토 확장에 나섰다. 2018년 선보인 ‘얇은피꽉찬속만두’가 국내 냉동만두 시장 2위로 단숨에 올라선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19년 말 내놓은 냉동피자 제품 ‘노엣지피자’도 반응이 좋다고. 풀무원 관계자는 “냉동 HMR은 R&D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급속 냉동 기술은 고기, 채소, 밀가루 반죽 등 식재료를 변형 없이 그대로 1년 이상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어 식품 제조 분야에서 혁신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전문 식당 수준으로 맛을 잘 개발하고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추면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림이 전북 익산에 5200억원을 투자해 ‘하림푸드 콤플렉스’를 완공했다. 이를 토대로 하림그룹은 즉석밥 출시에 이어 HMR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푸드 콤플렉스를 활용해 앞으로 스타트업과 연계해 HMR 신상품을 대신 제조(ODM)해주는 사업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그간 단체급식과 식자재 납품 사업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HMR 사업은 2007년에 시작했음에도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단체급식 시장은 위축된 반면,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HMR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근 ‘Fresh산지직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계룡물류센터에 자동화라인을 추가 구축했다. 올 상반기에는 자사몰 ‘아워홈 식품점몰’을 전면 리뉴얼할 계획이다. 향후 고령친화식품 HMR, 고품질 소량 간편식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으로 HMR로 대표되는 식품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아워홈의 HMR 조리 장면. <아워홈 제공>

2.유통

▶PB 상품 이어 프차, 공유주방도 가세

HMR은 시장 초기에는 주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구매가 이뤄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가 대중화되며 온라인 채널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처음에는 유통 사업에 집중했으나 HMR 시장이 갈수록 커지자 너도나도 PB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뛰어드는 모양새다.

쿠팡, 마켓컬리가 대표 주자다.

쿠팡은 2017년 7월 ‘탐사(Tamsaa)’를 시작으로 식품 전문 PB 브랜드 ‘곰곰(Gomgom)’을 선보이며 HMR 사업 강화에 나섰다. 마켓컬리도 간편식 PB 상품만 1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간편식 판매량 증가율 152%보다도 높은 수치다.

프랜차이즈업계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치킨업계 1위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상장 전 IR 행사에서 HMR 시장 진출을 첫 번째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HMR 시장 내 닭고기 활용 비중이 33%에 달하는 데다, 닭고기 조리 방법이 타 육류 대비 다양해 HMR 제품화에 유리하다는 이유를 댔다. 현재 ‘허닭’과 제휴를 맺고 닭가슴살, 볶음밥, 핫바, 소시지 등의 HMR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 중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HMR 제품 종류를 지난해 말 60여개에서 올해에는 10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닭가슴살 등을 활용한 건강기능식에 초첨을 맞춰 차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HMR 시장이 커지며 ‘HMR 배송 중개’업체도 등장했다. 기업의 식대 지원 복지 솔루션앱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자가 늘자 이들을 위한 HMR 배송 중개 서비스를 선보였다.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이 밀키트 등 HMR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기업에서 식대를 받아 프레시지, 헬로네이처 등에서 구입, 배송을 중개하는 방식이다. 재택근무하는 직원도 기업으로부터 식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제공되는 100가지 메뉴를 보고 직원이 하루 전에 주문하면 익일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공유주방도 가세했다. 위쿡은 인플루언서 안군(Angoon, 본명 안성수)과 손잡고 F&B 브랜드 ‘맵데이(Mapday)’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배달 브랜드로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위쿡딜리버리 역삼점에 입점, 매운 닭발, 매운 오돌뼈, 매운 우삼겹, 크림떡볶이 등 주로 야식용 메뉴를 팔았다. 그러자 거리가 멀어 배달 주문이 어려운 전국의 안군 팔로워들이 ‘택배로 팔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안군은 HMR 상품화에 착수, 지난해 8월부터 베스트셀러 메뉴인 닭발, 오돌뼈 등을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다.

위쿡 관계자는 “거래액(매출액)은 대외비나, 배달만 하던 때보다 월평균 매출이 5개월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보다 가까이에서 제공하기 위해 오는 2월에는 여의도 중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파크원에서 오프라인 팝업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3.맛집

▶91년 노포, 특급호텔도 ‘RMR 홀릭’

HMR 산업에서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진영은 ‘맛집’이다. 단골고객이 많은 유명 식당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브랜드와 레시피를 활용해 HMR의 고급화 버전 RMR을 선보인다.

HMR 브랜드 ‘피코크’를 운영 중인 이마트와 맛집 협업 제품으로 유명한 마켓컬리는 RMR 부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간편식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상품은 RMR 제품인 ‘미로식당’의 떡볶이였다. 피코크도 지난해 전체 판매량 1~10위 중 RMR 제품인 ‘고수의 맛집’ 상품이 5개나 포함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 RMR 제품은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100% 이상 신장할 만큼 반응이 좋다. 검증된 맛집의 요리를 선보인다는 점이 RMR의 장점이다. 고객이 많이 찾고 좋아하는 메뉴를 상품으로 내놓기 때문에 HMR 제품보다 시장에 빨리 안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유명 맛집, 노포들은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RMR 상품 제조에 뛰어들기도 한다. 광주에서 시작된 갈비 전문점 ‘강강술래’는 지난해 10월부터 갈비탕 만두전골, 왕교자 된장전골, 한우불고기 등의 메뉴를 RMR 제품으로 내놨다. 1929년부터 용산역 인근에서 장사를 해온 노포 ‘역전회관’ 역시 갈비탕과 바싹불고기 등 대표 메뉴를 RMR로 만들어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에 나섰다.

고급 외식 문화의 대명사인 특급호텔들도 RMR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호텔 레스토랑 이름을 그대로 따와 브랜드화 하며 고급 HMR 시장을 겨냥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조선호텔 유니짜장’ ‘조선호텔 삼선짬뽕’은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내놓은 RMR 제품이다. 두 제품은 시장에 선보인지 약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2만개를 기록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자체 R&D센터를 운영하며 RMR 제품을 선보여왔다. 3년 전인 2018년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의 RMR 제품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에는 한식당 ‘온달’을 내세워 육개장, 간장게장 등의 메뉴를 차례로 내놨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호텔 식당 ‘그리츠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 그리츠 양갈비를 필두로 블랙앵거스 LA갈비, 엘본·티본·포터하우스 스테이크 등을 선보여 기존 HMR 제품과 차별화했다. 결과는 매출로 나타났다. HMR 제품 매출은 2019년 대비 지난해 12월 기준 3배나 성장했다.

4.마케팅 지원

▶RMR 출시 지원·SNS 레시피 상품화

HMR 시장이 커지자 이들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마케팅 전문업체도 약진하고 있다.

엑스바엑스의 RMR 출시 지원 서비스가 대표 사례다. 엑스바엑스는 원래 2016년부터 식당용 식자재 납품 서비스 ‘오더플러스’가 주력 사업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이 타격을 받으며 수익원 다각화가 긴요해지자 식당들이 RMR 제품을 직접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월 15만원을 내면 음식 진공 포장기 대여, 포장 디자인 기획, 조리 안내서 제작, 밀키트백 등을 제공한다.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는 “식당이 밀키트를 공장에서 외주 생산하려면 초기 투자비만 수백만~수천만원이 든다. 오더플러스는 식당 자체가 작은 생산기지가 되는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누구나 저비용으로 밀키트 제품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부대찌개, 양대창, 매운탕 등 갓 지어 먹어야 하는 메뉴라면 특히 이용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HMR을 SNS 콘텐츠로 승화한 ‘쿠캣’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원래 쿠캣은 2016년 2월 레시피 동영상을 공유하는 레시피 채널로 시작했다. 구독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자 구독자 반응이 좋았던 레시피 콘텐츠 제품화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독자 쇼핑몰 ‘쿠캣마켓’을 설립, 직접 판매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3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코엑스에 있는 쿠캣 오프라인 매장도 월매출 1억5000만~2억원을 기록, 코로나19 타격에도 준수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인터뷰 |이문주 쿠캣 대표

MZ세대 취향 저격, ‘트렌디’한 HMR로 시장 선도

Q.SNS 콘텐츠와 트렌드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선보이는 게 독특하다.

A일단 주 소비층이 원하는 제품인지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알기 위해 고객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이다. 타사 제품과 차별화 포인트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현재 쿠캣 대표 제품인 ‘매콤크림닭갈비’ 밀키트와 크림이 들어간 찹쌀떡, 새우장 같은 장류 등이 차별점을 노린 상품이다. 최근에는 완제품 형태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감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Q.RMR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업 초기에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에게 직접 유통)’로 유통 과정을 줄이는 것이었다. 식당과 협업하면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비용이 더 들게 된다. 그간 RMR 제품 출시를 꺼려온 이유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에 사랑받던 맛집들과 협업을 고려 중이다.

Q.향후 경영 계획은.

A 단순히 HMR 제품을 파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경쟁력 있는 PB 제품을 늘려가며 식문화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몰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홍콩 매장을 오픈했다.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자 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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