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클릭] 소울 | 지구에 태어나기 전 영혼이 머무는 세계
주인공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 분)는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사나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여전히 음악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꿈꾼다. 그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동경하던 재즈 연주자 공연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 꿈을 이룬 기쁨에 정신없이 걷던 조 가드너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그의 영혼은 사후 세계로 이동한다.
영화가 그려내는 사후 세계는 ‘코코’의 화사함보다는 ‘인사이드 아웃’의 아기자기함을 닮았다. 천국으로 향하는 길에 선 조는 고집불통 영혼 22(티나 페이 분)를 만난다. 22는 세상모르는 것이 없는 당돌한 영혼이다. 새로 탄생한 영혼인 그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시시해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이다. 조가 미칠 듯 사랑하는 음악 앞에서도 22는 심드렁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마음속 불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무언가, 즉 관심사를 발견한 영혼에게만 지구에 갈 수 있는 통행증이 발급된다. 조 그리고 링컨, 테레사 같은 ‘영혼 멘토’들은 위대한 꿈, 또는 삶의 목표가 곧 불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22가 바라본 세상은 달랐다. 링컨이나 테레사, 코페르니쿠스의 말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22는, 싸구려 피자 한 조각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를 느낀다.
‘소울’이 전하는 것은 따뜻한 위로다. 행복은 위대한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순간에 있다는 것을 영화는 강조한다. 조는 불안정한 직업과 수입이라는 현실 속에서 ‘음악’이라는 불꽃을 피우며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꿈을 이뤄야만, 꼭 뛰어난 음악가가 돼야만, 그제야 삶이 아름다워지는 것일까? 영화를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말한다. “삶은 목적을 이뤄야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일상을 잃고 상실감을 느끼는 서늘한 겨울, ‘소울’이 건네는 위로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인사이드 아웃’에, 드라마와 서사는 ‘코코’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각적인 연출과 메시지는 두 영화를 압도한다. 특히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을 포근히 감싸는 재즈 음악의 아름다움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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