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에서 살아남기] 지난해 72% 급등한 'T모바일' 스프린트 인수 '통신 빅2'로..5G도 독주
71.6%.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의 2020년 주가 상승률이다. 업계 1위 기업인 버라이즌과 주요 경쟁사 AT&T 주가가 각각 3.8%, 26%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올해 들어서는 주춤했다. 연초부터 1월 19일까지 1.9% 하락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조정이 단기적인 숨고르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길게 보면 T모바일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대세다.
▷‘통신사답지 않은’ 통신사
T모바일은 1994년 ‘보이스스트림와이어리스PCS’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웨스턴와이어리스라는 이동통신사 자회사로 출발해 1999년 분할했다. 이후 2001년 독일 통신 기업인 도이치텔레콤에 인수돼 2002년 T모바일로 이름을 바꿨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5년 2분기 말 이용자 수 5890만명을 기록하며 스프린트를 밀어내고 3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스프린트 고객 수는 5770만명이었다.
시장에서는 2013년 선불폰 통신사 메트로PCS를 인수한 것이 T모바일이 3위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합병 전 T모바일 선불 요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600만여명에 불과했다. M&A 절차를 마무리한 2013년에는 1500만명으로 늘었다. 선불 부문 고객당 평균 월매출은 2012년 26.9달러에서 이듬해 34.6달러로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선불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2년 8.7%에서 2013년 20.2%로 뛰었다. M&A 1년 후 T모바일이 메트로PCS 인수를 통해 창출해낸 시너지 가치는 90억~100억달러로 추산된다. 기존 T모바일이 제시한 예상치 60억~70억달러보다 뛰어난 성과다.
2013년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성장세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 역시 일리 있다. 캐리어(carrier)는 통신사를 뜻하는 단어다. 통신사 중에는 복잡한 요금제, 단말기 장기 약정, 위약금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서비스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많다. 언캐리어 전략은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통신사답지 않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가리킨다. T모바일은 언캐리어 전략 선언 이후 데이터 이월, 캐나다·멕시코 무료 전화, 무료 로밍, 넷플릭스 무료 시청 등 다양한 혜택을 도입했다. 덕분에 소매 고객은 2012년 2600만명에서 2013년 3700만명으로 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3분기 1억명을 돌파했다.
▷AT&T 제치고 2위 등극
고속 성장하는 T모바일이 지난해 특히나 돋보이는 성과를 낸 배경에는 스프린트 인수가 있다.
T모바일은 지난해 4월 초 미국 이동통신 업계 4위 업체인 스프린트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두 기업이 2018년 4월 합병에 합의한 뒤 약 2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M&A 계약 체결 후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2019년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합병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주요 주정부와 워싱턴DC는 합병 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두 기업이 하나가 되면 시장 경쟁이 완화되고 소비자가 지불하는 통신 비용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1일 미국 연방법원은 반대 소송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2020년 4월 인수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M&A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T모바일은 순 이용자 수가 124만5000명 증가하며 총 이용자 9830만명을 기록했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 내에서 버라이즌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았던 AT&T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합병에 따라 스프린트 가입자가 유입되고 실적이 반영되며 T모바일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증가했다. 2020년 1~3분기 매출은 48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영업이익은 49억2400만달러로 10% 증가했다.
▶SA 최초 도입한 5G 선두주자
▷취약한 보안은 과제
전망 역시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5G에서 앞서 나간다는 점이 돋보인다.
T모바일은 미국 통신사 중 가장 넓은 5G 커버리지(이용 가능 지역)를 보유했다. 지난해 8월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SA(단독 모드) 방식을 미국 전역에 도입하며 관심을 모았다. 대부분 국가에서 상용화된 5G는 NSA(비단독 모드) 방식이다. 4G와 통신망을 일부 공유한다. SA 방식은 LTE망과 연동하지 않고 모든 통신을 5G망으로 처리한다. NSA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스프린트와의 합병 역시 5G 시장 선두주자 입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T모바일은 그간 600㎒대 저대역 주파수를 통해 5G 서비스를 주로 제공해왔다. 저대역 주파수는 전파 도달 범위가 넓은 대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5G 서비스 지역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T모바일은 스프린트와 M&A를 하며 2.5㎓ 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 중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면 커버리지와 속도 모두 개선할 수 있다.
FCC가 T모바일-스프린트 M&A를 승인하며 합병법인이 6년 이내 미국 인구의 99%를 수용할 수 있는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도 투자자 눈길을 끌 만한 사안이다. 향후 T모바일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이를 통해 선두주자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G 산업 육성을 임기 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팀 호란 오픈하이머 애널리스트는 “T모바일은 경쟁사에 비해 5G 부문에서 2년가량 앞섰다. 넓은 5G 커버리지와 경쟁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에 힘입어 시장점유율 지속 상승이 기대된다. 경쟁사에 비해 이익률이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 이전 T모바일의 주 경쟁사는 스프린트였다. M&A를 통해 한 회사가 되며 중대역 주파수를 확보한 것과 더불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것이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보탰다.
언캐리어 전략 역시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T모바일은 콜센터 자동응답기를 없애고 전문 상담원을 배치하는 등 매년 새로운 혜택을 내놓으며 고객 편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호평을 받는 T모바일이지만 투자에 앞서 꼼꼼히 뜯어봐야 하는 사안이 몇 가지 있다. T모바일은 보안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여러 차례 데이터 유출 사고를 겪은 탓이다. 지난해 12월 말 T모바일은 “승인받지 않은 누군가가 고객네트워크정보(CPNI)에 무단으로 접근해 차단했다. 전화번호나 통화 관련 정보 등이 유출됐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T모바일은 앞서 2018년 8월, 2019년 11월, 2020년 3월에도 데이터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약 2년 반 동안 네 번이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버라이즌, AT&T와 달리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단점이다. 버라이즌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왔으며 거의 매년 연간 주당 총 배당 금액을 늘렸다. 2020년 주당 배당액은 2.485달러로 전년도 2.435달러에 비해 5센트 늘었다. AT&T 역시 1980년대부터 주주 배당을 실시해왔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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