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 MBC의 몰락..일일드라마 1편에 예능은 13편

유성운 2021. 1. 25. 16: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드라마 제작 급감, MBC·SBS 각각 1편씩
경쟁 치열하고 제작환경 악화에 예능으로 눈 돌려
MBC 일일드라마 '밥이 되어라'는 현재 MBC에서 방영하는 유일한 드라마다. [사진 MBC]

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한 편이다. 월~금 오후 7시에 하루 30분씩 방영되는 일일연속극 '밥이 되어라' 뿐이다.
방송가에선 "화제성이나 영향력이 미미한 일일 드라마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사실상 0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까지 공개된 MBC의 올해 드라마 라인업은 5~6편 정도다. 10년 전엔 일주일에 편성된 드라마 편수다.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 불렸던 MBC의 위상을 참작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MBC 측은 1·2월 재정비를 갖고 3월부터 신작을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이런 사정은 MBC만의 문제는 아니다. SBS도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는 월~금 오전 8시대에 편성된 일일 드라마 한 편뿐이며, 그나마 KBS가 월화·수목·주말드라마와 일일 드라마 2편 등 총 5편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KBS도 항상 월화 혹은 수목드라마가 방영되는 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시청률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광고매출도 하락했다. 종합편성채널과 OTT의 성장으로 드라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MBC는 일일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평균 시청률이 5%를 넘는 드라마가 나오지 않았다. 그에 비해 배우들은 개런티는 과거보다 높아졌고,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작비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등이 갖고 나온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자료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드라마 예산이 지상파의 경우 회당 4억~5억원, tvN은 7억~8억원, 넷플릭스는 15억~20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지금 같은 시청률과 광고 수주로는 본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KBS는 시청료로 일부 충당이 되지만 순전히 자력으로 메꿔야 하는 MBC나 SBS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입장에선 낮은 시청률, 열악한 광고매출, 높아진 제작비, 넷플릭스라는 초대형 경쟁자 등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가 외부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 지상파 드라마의 황금기를 열었던 김종학·황인뢰PD 같은 인력이 독립하면서 지상파엔 드라마 제작 환경을 잘 모르는 간부들이 편성을 좌우하게 됐다"며 "드라마 장르나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이들이 개입하면서 대중의 눈높이에서 점차 이탈한 요인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도 "드라마에 러브라인을 만들라든지,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라는 식으로 아직도 지상파가 30%를 찍던 시절의 감각을 갖고 개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꼭 예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참신하고 좋은 대본과 기획은 이런 개입이 적은 넷플릭스나 tvN 같은 곳으로 먼저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제는 지상파가 예산이나 캐스팅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움으로 경쟁해야 한다. 대하드라마 같은 대형 사극이나 과거 시청률이 낮다고 폐지했던 단막극 시스템이나 을 부활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SBS 예능 '맛남의 광장' [사진 SBS]

한편 드라마의 빈자리는 예능으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각 한 편씩의 일일 드라마만 내보내는 MBC와 SBS의 경우 예능프로그램은 각각 13편, 12편이다. 방송사 관계자는 "예능은 편당 제작비가 드라마의 50~70% 수준으로 저렴하고, 야외촬영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작비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후죽순 늘어나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비슷한 포맷을 조금씩 양념만 입혀서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 SBS가 수·목요일에 방영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 MBC가 토요일 내보내는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는 모두 백종원씨를 중심으로 펼치는 요리 예능이다. SBS '나의 판타집'과 MBC '구해줘! 홈즈'는 모두 집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성공 이후 지상파에서도 ‘트롯신이 떴다’(SBS), '트로트의 민족'(MBC), '트롯 전국체전'(KBS)을 일제히 내보내 과도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입을 막아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