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평 20억대 진입..분당 대형평형 드디어 빛 본다

정다운 입력 2021. 1. 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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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파트는 사면 안 된다.”

50~60평형대 아파트에는 살아줘야 ‘웬만큼 사는 집’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형 아파트에 대한 환상은 무너져 내렸다. 서민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피해야 할 대상이 됐고, 중산층에게는 내놔도 팔리지 않는 계륵(鷄肋)으로 전락했다.

대형 아파트값이 폭락하면서 낭패 본 이도 꽤 많았다. 그래서 50평 안팎 평형대는 물론 60평 넘는 대형 아파트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말이 이론처럼 통하고는 했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고 분양 시장이 활기를 찾을 즈음에도 대형 아파트는 찬밥 신세였다. 덩어리가 큰 대형 아파트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평수가 큰 아파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대형 평형 가구 수를 대폭 줄이고 ‘중소형 위주 평면 구성’을 마케팅 용어로 내걸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대형 아파트 시장 행보가 의외다. 한동안 주춤한 듯했던 매매 시장에서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는가 싶더니 매매 가격이 부쩍 올라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한다. 특히 대형 아파트가 많은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 ‘버블세븐’으로도 통하며 대형 아파트가 유독 맥을 못 추던 지역이지만 최근 줄줄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분당에서는 최고가에 매매되는 50~60평대 대형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단지 전경. <최영재 기자>
▶분당 대형 아파트 신고가

▷50~60평대 아파트 ‘20억 클럽’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구 정자동 ‘파크뷰’ 전용 139㎡(53평)는 지난 1월 5일 22억원(24층)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보다 큰 평형인 전용 162㎡(62평)가 21억9000만~22억원에 연달아 거래됐는데, 이제는 그보다 작은 전용 139㎡ 가격이 22억원까지 올랐다. 전용 139㎡는 지난해 11월 22억4000만원(22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단지는 2006년 20억원에 최고가로 거래되기도 했지만 2012년 9억원대까지 집값이 떨어졌다. 이후 겨우 반등해 2018년 13억원대를 회복했고 그 후 3년여간 9억원 급등했다.

서현역과 가까운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 164㎡ 역시 지난해 12월 17억6000만원에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7년 13억5000만원에도 팔렸지만 이후 2013년 6억원대까지도 집값이 내려앉았던 아파트다. 2019년 말 14억원에 팔리면서 12년 만에 겨우 전고점을 회복하더니 이후 불과 1년 만에 집값이 3억6000만원 뛰었다.

이매동 ‘이매촌코오롱동부’ 전용 164㎡는 같은 달 16억5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그보다 한 달 전인 11월에는 인근 ‘이매촌동신3차’ 전용 168㎡가 15억4000만원 최고가에 계약서를 썼다. 역시 2007년 당시 가장 높은 가격이었던 14억원을 12년 만에 회복한 것이다.

이외 지난해 11월 ▲분당동 분당샛별마을라이프 전용 153㎡(14억원) ▲정자동 정자상록마을우성 전용 163㎡(17억원)에 이어 12월에는 ▲정자동 정자정든마을우성4차 전용 163㎡(16억2500만원) ▲정자동 상록라이프 전용 159㎡(15억3000만원) ▲야탑동 장미마을동부코오롱 전용 134㎡(12억9500만원) ▲구미동 하얀마을그랜드빌 전용 162㎡(12억2500만원)가 과거 전고점을 모두 회복했다.

매매 시장뿐 아니라 분당 전세 시장에서도 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끈다. 서울 강남권과 인접해 있는 데다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고 거주 여건이 좋다 보니 수요가 몰려서다.

특히 주상복합 아파트와 대형 평형의 아파트가 몰려 있는 정자동에서는 잇따라 10억원 넘는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최근 최고가에 세입자를 찾은 전세 매물은 ‘아이파크분당2차’ 전용 145㎡(57평, 13억원), ‘분당아이파크1차’ 전용 170㎡(64평, 14억원), ‘위브제니스’ 전용 132㎡(51평, 13억원), 157㎡(61평, 14억8000만원) 등이다.

▶분당 대형 평형 강세, 왜?

▷넓은 집 선호도↑ + 정비사업 기대

사실 최근 중대형 아파트 매매 가격이 강세를 띠는 것은 분당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리얼투데이가 KB부동산 시세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비 12월 중형 아파트(전용 85㎡ 초과~102㎡ 이하)의 매매 가격은 18.55% 상승했다. 전년 같은 기간 상승률이 3.07%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중형 아파트 상승폭이 유독 커졌다.

전용 102㎡ 초과~135㎡ 이하인 중대형 아파트값도 지난 1년 동안 18.15%나 상승했다. 대형 아파트(전용 135㎡ 초과)값도 14.3%나 올랐다. 전용 60㎡ 초과~85㎡ 이하의 중소형(17.61%)과 전용 60㎡ 이하의 소형(16.26%) 아파트가 조금 더 큰 폭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2013년 1월~2018년 12월 경기도 기준, 소형 → 중소형 → 중형 → 중대형 → 대형 아파트 순으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작은 집’이 대세였던 것과 대조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주택 한 채의 규모를 늘리는 수요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과거 중소형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다 보니 대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더 저렴하다’ 내지는 ‘그나마 덜 올랐다’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평형은 하락기에 중형 평형보다 더 떨어졌지만, 상승기에는 덜 올랐다. 그러다 보니 중형 평형과의 가격 차이가 꽤 좁혀지며 최근 주목받았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 수요가 늘고, 집 안에서 하는 활동이 증가하면서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유독 분당신도시에서 대형 아파트 신고가 행진이 줄을 잇는 이유는 ‘넓게 살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에는 1991년부터 아파트가 차례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준공 30년을 맞는다. 앞으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진행하려면 대지지분이 중요한데, 나중에 신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보다 지금 대지지분이 많은 대형 아파트를 확보해두는 것이 저렴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분당은 최근 리모델링사업 추진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올해부터 재건축 최소 연한(30년)을 넘어 사업 추진도 가능하지만 강화된 안전진단 절차로 사업 초기부터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사업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당에서는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새 아파트로 바꾸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훨씬 많다.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아파트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김광석 대표는 “분당신도시 자체가 서울 강남과 인접한 데다 경부고속도로 축에 위치해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입지적 장점이 있다”며 “인근 판교에서는 판교테크노밸리가 계속 확장하고, 대기업 사옥이 들어서면서 이들 고소득자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 분당 대형 아파트가 당분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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