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콘텐츠 공룡'의 탄생?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강경루 2021. 1. 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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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부자 카카오페이지와 콘텐츠 개발사 카카오M 합병
카카오 제공

세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선두주자 넷플릭스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많은 이가 꼽는 넷플릭스의 강점은 ‘콘텐츠 생태계’다. 자체(오리지널) 콘텐츠를 플랫폼에 뿌려 세계 구독자 망을 늘리고 그 수익을 다시 창작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넷플릭스의 공격적 사업을 가능케 하는 배경이어서다.

국내도 대규모 생태계를 구축한 콘텐츠 기업이 탄생한다. 바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25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두 회사를 합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다음 달 출범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자회사 간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사 매출만 단순히 합쳐도 연 1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수천 개 자사 IP(웹툰·웹소설 등)를 활용한 콘텐츠를 카카오M 창작진·스타들과 자체 제작해 카카오TV(플랫폼)로 유통하는 콘텐츠 공룡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카카오M은 이번 합병을 “IT·유통 대기업이 신흥 강자로 도전장을 내미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제공

콘텐츠 업계 후발주자로 출발한 카카오는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벌였다. 콘텐츠 기획·제작사 카카오M이 거점이 됐다. 카카오M은 2018년 설립 직후부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음악레이블 4곳, 매니지먼트 숲 BH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7곳, 메가몬스터 사나이픽처스 등 드라마·영화 제작사 6곳에 더해 공연제작사 쇼노트까지 연이어 인수했다. 오윤환 박진경 손수정 등 공중파 출신 PD를 포함한 80명의 창작진과 150여명의 스타를 거느린 카카오M은 현재 캐스팅 에이전시와 마케팅 회사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에 마련된 카카오TV가 콘텐츠 공세에 불을 댕겼다. 가입 등 허들이 사실상 없는 카카오TV는 지난해부터 이효리의 ‘페이스 아이디’, 이경규의 ‘찐경규’ 등 화제성 중심 예능과 ‘며느라기’ ‘연애혁명’ ‘아만자’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 드라마를 쏟아내면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카카오TV는 또 웨이브 넷플릭스 등 국내외 OTT가 구독자 출혈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영상 광고로 초기 수익모델을 대신했다. 업계는 이 역시 시장 조기 안착을 노린 전략으로 파악하고 있다.

좋은 재료가 없으면 훌륭한 도구도 무용지물이다. 이번 합병으로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는 카카오가 최근 글로벌한 붐을 일으키는 원천 콘텐츠 부자여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등으로 리메이크된 웹툰이나 웹소설이 대표적이다.

일본·북미 등 10개국에서 사업 중인 카카오페이지는 현재 약 8500개 정도의 IP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국내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작품은 총 8만여개에 이른다. 강풀 만화 등 손꼽히는 명작 말고도 웹툰 ‘트레이스’ ‘블랙 베히모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도굴왕’ 등 수작들이 많다. 카카오M은 “국내 최대 음원 유통 점유율을 바탕으로 연간 1200개 이상의 타이틀(곡)을 발매하고 있고 레이블 측면도 장르와 영역을 계속 확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제공

물론 모든 콘텐츠가 카카오TV 유통을 위해 제작되는 건 아니다. 앞서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며느라기’ 등이 넷플릭스와 웨이브에 걸렸고 올해는 ‘망자의 서’가 KBS에 편성될 예정이다. ‘아직 낫서른’ ‘아쿠아맨’ ‘재밌니 짝사랑’ ‘그림자미녀’ ‘남자 친구를 조심해’ 등은 오리지널로 개발 중이다. 카카오M 관계자는 “IP를 다양하게 기획·개발하고 OTT·방송사·스크린 등 콘텐츠와 어울리는 플랫폼에 유통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합쳐지더라도 IP 개발이나 편성 주체가 다른 곳일 수 있고, 제작 과정에서 제작진·스타 참여도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콘텐츠 업계 지형도에 격랑이 일 것은 분명하다. 현재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에 더해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론칭을 준비 중이고, 애플TV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도 진출을 가늠하고 있다. 한 OTT 관계자는 “국내 신규 플레이어와 넷플릭스라는 성공 모델을 보고 들어온 글로벌 OTT로 경쟁이 피 튀길 것은 명약관화하다”면서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뚜렷한 색깔을 가진 OTT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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