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수출 통제..미국을 향한 중국의 역습 시작됐나

김대기 2021. 1. 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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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생산·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꺼내든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희토류가 이용되는 자국 내 산업망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 밝히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통해 세계 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1월 15일 ‘희토류 관리 조례’를 발표했다. 조례의 핵심은 희토류에 대한 ‘총량 관리 제도’를 엄격히 시행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채굴, 제련, 분리 등 일련의 생산 과정에서 각 총량 목표를 우선 제시한 뒤 그 목표치에 따라 생산량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총량 관리 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실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다. 조례는 희토류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당국의 승인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었고, 희토류 수출 쿼터제를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희토류를 불법으로 취득하면 몰수와 함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희토류는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전략 자원’ ”이라며 “희토류 생산부터 수출까지 촘촘히 관리해 희토류를 둘러싼 산업망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은 “ ‘공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군사, 전기전자, 자동차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용되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평가하면서 엄격한 관리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中 지난해 희토류 수출 2015년 後 최저

희토류는 열전도율이 높고 외부 환경 변화에도 기존 성질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갖추고 있어 반도체, LED,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두루 활용된다. 특히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 같은 첨단 무기에도 희토류가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면서 세계 수출 물량의 80%를 담당한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1일 ‘수출통제법’을 발효한 뒤 곧바로 ‘희토류 총량 관리제도’ 시행을 시사하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미중 무역·기술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중국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중국 희토류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3.5% 감소한 3만5447t에 그쳤다. 2015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과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포브스는 “중국이 주요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물자 수출을 억제하면서 세계 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판단이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에 나선 것은 자국 첨단 산업 육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브스는 “중국은 전기차, 반도체 등 핵심 첨단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략 자원인 희토류를 수출하는 대신 비축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경제사회발전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과 ‘장기 발전 계획(2035년)’을 승인했다. 특히 2035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발전 계획은 ‘기술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중국 지도부가 집중 투자 대상으로 삼은 분야는 첨단 기술과 첨단 제조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희토류는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쓰이는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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