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슈완스의 추억'..인생은 항상 타이밍
불량 주부긴 하지만 어쨌든 주부로 20년 넘게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몇 가지가 있습니다.
아주 좋아했던 자그마한 수제소스 판매 매장이 있었습니다. 수제소스 맛에 반해 단골이 되었고 그걸 무기로 훌륭한(?) 요리 실력을 뽐내곤 했죠. 급기야 해당 업체 취재까지 했습니다. 어느 날 대표는 “이후 타 매체 인터뷰가 빗발치더니 이젠 홈쇼핑에서 판매 제의가 들어와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대량 생산 역량도 없이 덜컥 사업을 확장한 탓에 많은 문제가 발발해 결국 사업은 접혔고, 덕분에 더는 요리 실력을 자랑할 수 없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모든 재료를 손질된 상태로 보내줘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 제품을 주로 판매하던 ‘배민찬’이 없어진 것입니다. ‘배민찬’을 운영하던 배달의민족은 적자가 심화된다는 이유로 브랜드를 없앴고, 대안을 찾지 못해 또다시 요리 세계에서 타의로 은퇴해야 했지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종도 있는 반면 말 그대로 ‘대박 터진’ 수혜 업종도 있죠. ‘가정간편식’이라 불리는 HMR도 대박 수혜 업종입니다. 그야말로 HMR 춘추전국시대. HMR의 원조는 단연 CJ제일제당이죠. CJ제일제당은 HMR 붐에 힘입어 2020년 사상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갑자기 ‘슈완스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제일제당은 2018년 11월 1조5000억원에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합니다. ‘너무 비싸게 샀다’ ‘글로벌 호구 됐다’ 등의 말이 떠돌았죠. 인수 후유증으로 제일제당은 부채가 1년 만에 7조원에서 9조원으로 늘어났고 급기야 2019년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을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2019년 12월 재계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평소 11월 전후에 나오던 CJ 인사가 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제일제당 대표 인사 관련 이런저런 진통이 있는 듯하다.”
결국 그해 12월 30일에 인사가 났고, CJ그룹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던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CJ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외피는 그룹 전체 R&D를 총괄하는 자리라지만 그건 포장이고 실제로는 일종의 자문역이다. 게다가 신 대표는 R&D와 거리가 먼 전략기획 전문가인데 이게 무슨?” 뭐 그런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인생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슈완스가 2020년 CJ제일제당 대박의 주역의 됐으니까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시대에 냉동 피자를 주로 판매했던 슈완스 매출이 급증했고, 더불어 슈완스 유통 채널을 활용한 비비고 만두의 미국 내 판매가 날개를 달면서 슈완스는 일약 ‘CJ그룹의 효자 겸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고요? 뭐 그렇다고요… 인생은 항상 타이밍이니까요. 독자 여러분의 인생 타이밍을 위해 ‘펀드매니저 440人이 뽑은 상반기 포트폴리오’ ‘윤곽 드러난 공공 재개발 투자법’ ‘온라인 창업 대세 스마트스토어 120% 활용법’ 등 이번 호에도 수많은 읽을거리를 준비했습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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