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창업 비법은..월세 따지고 단일메뉴로 승부하라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시장이 활성화되며 배달 위주로 영업하는 공유주방 창업이 각광받는다. 홀 영업 위주 로드숍은 폐점이 잇따르는 반면, 공유주방은 오히려 지점을 늘리며 영토 확장이 한창이다. 1000만원 안팎 저렴한 창업 비용과 배달에 특화된 관리 서비스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월세 부담과 경쟁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이내 퇴점하는 경우도 적잖다.
공유주방은 과연 코로나19 시대 자영업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공유주방 창업에 성공하기 위한 체크 포인트는 무엇일까.
1.체크 포인트
▶공유주방 입점 vs 직접 창업
월세 50만원 가게면 年1200만원 절감
공유주방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창업 비용이다.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00만원 안팎 보증금에 월세 150만원 정도만 내면 4~5평 규모 주방을 이용할 수 있다. 냉장고, 개수대, 화구, 후드, 창고 심지어 칼, 도마까지 영업에 필요한 각종 집기와 시설도 기본 제공(일부는 유상)된다. 배달전문식당은 창업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연한 ‘자린이(자영업 어린이)’라면 손쉬운 선택지로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공유주방은 초기 고정비가 저렴한 대신, 변동비는 상대적으로 더 비쌀 수 있다. 월세가 대표적이다. 배달전문식당은 굳이 목 좋은 곳에 위치할 필요가 없는 만큼 보통 2~3층이나 지하에 입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실이 장기화된 탓에, 이런 입지는 발품만 열심히 팔면 전용면적 7~8평 규모에 월세 50만~70만원대 상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공유주방만큼의 시설을 갖추려면 추가 투자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권리금이 없는 곳이 많고, 주방 집기 중고 시세도 많이 낮아졌다. 기존에 식당을 운영해본 재창업자라면 집기 구입비도 안 든다.
순댓국집을 6개 운영하며 자영업 전문 유튜브 ‘장사만세’를 운영하는 이철주 다점포 점주는 “월세 100만원 이하 저가 공유주방도 있지만 기본 제공되는 집기나 시설 이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영업 환경을 갖추려면 적어도 150만원 정도는 내야 한다. 만일 월세 50만원의 가게를 구해서 창업한다면 매달 100만원, 1년이면 1200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장사를 1년 이상 오래 할 각오와 자신이 있다면 직접 가게를 구해 창업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장사가 잘되면 훗날 권리금도 받을 수 있지만 공유주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체크 포인트
▶배달만 vs 홀·HMR도?
홀 영업하면 추가 매출…대신 월세도↑
공유주방은 업체에 따라 운영 전략이 제각각이다. 100% 배달 영업만 하는 곳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홀 영업을 병행하거나 간편식(HMR) 사업과 연계해 점주의 수익원 다각화를 지원하는 곳도 적잖다. 물론 이 경우 월세가 더 높아질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먼슬리키친은 현재 역삼점, 강남점, 논현점 3개 지점 모두 1층에 푸드코트 같은 대형 취식 공간을 마련, 배달과 홀 영업을 병행한다. 연내 오픈 예정인 영등포 빅마켓점, 분당 휴맥스점, 판교 아브뉴프랑점도 기업이나 쇼핑몰의 푸드코트를 통임대하기로 했다. 건물 내 직원, 쇼핑객 고정 수요와 배달 상권 수요를 모두 노리는 전략이다.
“홀을 감안하면 주방당 10평 정도 공간이 제공되는 셈이다. 홀 영업을 병행하면 입점 주방당 월 300만~500만원 추가 매출이 발생한다. 임대료 할인보다 매출 상승이 입점 식당 브랜드 강화 측면에서 유리하다. 향후 호텔, 공유오피스 등에도 구내식당 형태로 들어갈 예정이다.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고층부 직원이나 투숙객이 홀에 오지 않고도 주문할 수 있는 건물 내 배달 시스템도 테스트 중이다.” 이재석 먼슬리키친 본부장의 설명이다.
‘위쿡’은 사업 확장 가능성이 있는 가게를 육성해 간편식 상품화와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브랜드 인큐베이션 제도를 운영한다. 지역 내 대형마트, 편의점 납품, 온라인 쇼핑몰 입점 등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고 싶다면 검토해봄직하다.
3.체크 포인트
▶단일 메뉴 vs 복합 메뉴
사이드 메뉴 팔려면 독립 창업 유리
요즘은 치킨집에서 치킨만 팔지 않는다. 피자, 햄버거, 떡볶이도 판다. 최소주문 금액을 넘기려면 사이드 메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배달전문식당에서 취급하는 메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공유주방에 입점하면 메뉴를 자유롭게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힘들다. 영업권 보호를 위해 주방당 메뉴가 할당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전문 메뉴 전략이 없다면 공유주방 입점이 족쇄가 될 수 있다.
추가하고 싶은 메뉴를 파는 가게가 없어 운 좋게 허락된다 해도 협소한 공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국물을 장시간 우려내야 하는 한식은 대형 솥만 한 평 정도를 차지한다. 4~5평에 불과한 공유주방에서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 식자재를 적재하는 공용 창고도 할당 공간이 부족하면 메뉴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 한 공유주방 대표는 “공유주방은 공간이 협소한 만큼 설비나 동선을 최적화해야 한다. 야식집처럼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려 한다면 공유주방보다는 독립 창업이 조리 환경 측면에서 더 쾌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주의할 점은
▷매몰비용 적지만 마케팅비 더 들어
이 밖에 공유주방 본부가 메뉴 컨설팅을 해주는지, 라이더는 직고용하는지, 월세 외 추가 비용은 없는지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공유주방 초창기에는 대개 식당을 해본 외식 전문가가 운영했지만, 요즘은 공유주방이 우후죽순 늘며 부동산 사업가도 뛰어드는 분위기다. 이 경우 외식업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경영진 이력도 챙겨보는 것이 좋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공유주방은 초기 매몰비용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외식업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 창업자라면 가장 리스크가 적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령 식당’이라 불릴 만큼 눈에 띄지 않아 가게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비가 더 드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모든 주방이 오픈돼 있어 장사가 안되면 심리적으로 더 경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성향과 메뉴, 영업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창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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