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아산의학상, 로날드 에반스·구본권 교수 수상 영예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제14회 아산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기초의학부문에 로날드 에반스(Ronald Evans, 72)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 임상의학부문에 구본권(54)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 40세 이하의 의과학자를 선정하는 젊은의학자 부문에는 김진홍(39)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유창훈(39) 울산대 의대 내과 교수가 선정됐다.
제14회 아산의학상 시상식은 오는 3월18일 개최 예정이다. 기초의학부문 수상자 로날드 에반스 교수에게 25만달러,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구본권 교수에게 3억원,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인 김진홍 교수와 유창훈 교수에게 각각 5000만원 등 4명에게 총 7억여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로날드 에반스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는 세포 내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핵수용체’가 대사질환 및 암의 발생과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초의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1985년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핵수용체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테로이드 호르몬 핵수용체를 발견하고, 아직 인체 내의 결합 호르몬이 밝혀지지 않은 ‘고아핵수용체’ 역시 다수 발견해 이들 전체를 ‘핵수용체 수퍼 패밀리’라고 이름 붙였다. 더불어 핵수용체가 각종 호르몬에 반응하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이를 매개로 한 호르몬 신호전달의 매커니즘 연구를 주도해왔다.
에반스 교수는 그간 무려 48개에 달하는 인간의 핵수용체 수퍼 패밀리 전부를 밝히는 연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호르몬에 의한 포도당, 나트륨, 칼슘 및 지방대사의 조절 기전을 규명하고 이와 관련된 질병 치료제 개발에도 공헌했다. 그가 발견한 핵수용체 수퍼 패밀리는 현재 당뇨병, 비만, 지방간염, 백혈병, 유방암, 전립선암, 골다공증 및 면역질환 등 여러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에반스 교수는 연구 외에도 많은 한국인 의과학자를 양성해 한국의 연구 발전에 기여했다. 서재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황성순 연세대 교수 등 여러 의과학자가 에반스 교수의 연구실을 거쳐 기초의학 발전과 신약개발을 위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도 3명의 한국인 박사가 에반스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국인 후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임상의학부문 수상자인 구본권 서울대 교수는 영상검사와 생리학 검사를 통합한 심장 관상동맥질환 연구를 주도해 우리나라의 성인 심장질환 진단과 치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구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와 혈관 기능을 평가하는 새로운 심장혈류검사법을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효과를 입증했다. 이 검사법으로 전 세계 사망원인 중 약 20%를 차지하는 급성관상동맥 증후군의 위험 예측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젊은의학자 부문 수상자 중 한 명인 김진홍 서울대 교수는 퇴행성 관절질환의 기전을 규명하고, 세포 내에서 연골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특정 마이크로RNA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골관절염 진행을 억제하고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함께 젊은의학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유창훈 울산대 교수는 간·담도·췌장암, 신경내분비종양의 신약 연구 및 임상 적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면역항암제 및 표적항암제 등을 이용한 임상연구와 중개 연구를 통해 난치암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해당 암의 치료성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2007년 아산의학상을 제정했다. 국내 의학발전에 기여한 외국인 의과학자에 대한 시상은 2016년 임상의학부문 수상자인 로베르토 로메로 미국 국립보건원 주산의학연구소 교수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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