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읽기] 이재명과 윤석열, 닮아도 너무 닮았다

입력 2021. 1.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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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재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이들이다.

둘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사람의 지지층이 일정 부분 겹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총장 지지층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반문 성향이 강한 유권자다. 윤 총장이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그가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권이 윤 총장을 공격할수록, 또 윤 총장이 그런 공격에 맨몸으로 대항할수록, 그의 지지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요사이 윤 총장 지지율이 주춤하는 이유도 여권의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이 소강 상태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김학의 출국 금지 관련 사안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여권의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윤 총장 지지율은 다시 오를 수 있다.

이재명 지사 지지층 역시 반문, 반민주당 성향의 유권자가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친문 진영이 이재명 지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점과 연결된다. 이재명 지사가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이런 당내 반감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자 선출은 선거일 180일 전인 9월 10일까지 마쳐야 한다. 대선 후보 경선 룰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4월 보궐선거의 규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 룰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런 가정 아래 보면 이재명 지사가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당심을 확실하게 자신 쪽으로 끌어오거나, 아니면 여론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 지점에 이 지사와 윤 총장의 두 번째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세력화를 위한 둥지가 튼튼하지 않거나 둥지가 없다는 점이다.

이재명 지사는 앞서 언급한 상황 그대로다. 윤석열 총장도 국민의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감옥행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인물인 만큼 윤 총장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 친이계와 친박계 거부감이 크다.

결국 당내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당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인물이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양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국민 정서 또한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국민 상당수는 현재 양당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당에 대한 지지와 차기 대선 후보 선호를 분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총장의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맷집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을 향한 갖가지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오늘날의 입지를 만들었다. 윤석열 총장도 마찬가지다. 여권에서 가하는 온갖 공격을 홀로 막아냈다.

배짱과 맷집은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에게는 필수적인 요소다. 과거에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정치권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진 유력 대권 주자를 수없이 봐왔다. 이재명 지사는 맷집이 강해 다를 것 같다.

이는 또 다른 이유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친문의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진다 해도, 이 지사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지사가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상태로만 보면,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은 일단 대선 후보로서의 이 지사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관리 모드’에 들어간 느낌이다. 무엇보다 1월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면 제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이 대표가 주장하는 이익 공유제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한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재난지원금 일괄 지급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를 관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특정 차기 대권 주자가 지나치게 앞서 나갈 경우, 권력이 모두 그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어 특정인만 ‘튀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통령과 권력 핵심은 복수의 대선 후보에게 골고루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관리한다.

윤 총장도 정치를 하려 한다면 그 역시 중도하차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여권 입장에서는 윤 총장이 아예 정치에 발을 내딛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시나리오다. 이런 여권의 마음은, 문 대통령이 지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은) 그냥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입니다.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나, 기자회견 다음 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윤 총장은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마음먹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뜻을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뜻을 전달하는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쉬운 언어를 통해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의사 전달력 측면에서 보면, 두 사람 모두 전달력이나 언어 구사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재명 지사는 SNS나 방송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총장도 지난번 국회에서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능력이 정치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장점’이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의견을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점이라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총장 사이에는 차이점도 많다. 이재명 지사는 정치권에서 계속 성장한 인물이기에 정책적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다. 반면 윤석열 총장은 정책적 측면이 검증된 바는 아직 없다. 이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는 진보에서 중도 보수에 이르기까지 지지층의 폭이 비교적 넓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 지지층은 대부분이 중도 혹은 보수다. 이런 측면에서 이 지사 지지층의 확장성은 윤 총장보다 높다. 또 윤 총장은 유권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여줘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반면 이 지사는 상대적으로 윤 총장만큼의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사이다 발언이 유권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음 대선은 여러 가지로 특징이 많다. 무엇보다 정당보다는 인물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선거가 될 것 같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4호 (2021.01.27~2021.0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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