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간 코미디언들

2021. 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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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되고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공연마저 어려워진 지금. 여기, 유쾌한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코미디언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웃음을 잃지 않는 한 코미디는 영원하다고 말한다.
(김해준)블레이저 가격미정 비욘드 클로젯. 팬츠 9만9천원 리바이스. 넥타이 13만9천원 아더에러. 새끼 손가락 반지 4만원대 앵브록스. 스니커즈 가격미정 반스.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은지)셔츠 24만원, 스커트 14만9천원 모두 쑤리케. 귀고리 3만6천원, 목걸이 3만7천원, 반지 4만2천원 모두 헤이. 롱부츠 35만8천원 렉켄.

〈은지랑〉 이은지 & 〈김해준〉 김해준 〈코미디빅리그〉 출신 코미디언으로, 현재 구독자 42만 명을 보유한 〈피식대학〉의 간판 코너 ‘05학번이즈백’, ‘비대면데이트’ 등에서 ‘쿨제이’, ‘최준’, ‘길은지’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개인 채널도 운영 중이다.

각자 개인 유튜브 채널이 있지만 〈피식대학〉 채널에서도 활약하고 있죠. 합류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김해준(이하 ‘해준’)〈피식대학〉멤버인 이용주, 정재형과 코미디를 같이 시작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도 오픈했는데, 저는〈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로 바빠지면서 신경을 못 썼죠. 그러다 그 친구들이 하는 ‘05학번이즈백’을 보고 인기가 없어도 재미있으니까 계속하라고 격려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쿨제이’라는 캐릭터로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합류하게 됐죠. 촬영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정말 자유롭고, 즐거웠는데 계속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이은지(이하 ‘은지’)저도 그 코너의 팬이었는데, 이효리나 길건처럼 2000년대 초반 섹시 아이콘 역을 맡을 여자를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렇다면 난데?’ 싶어 오빠들에게 먼저 연락해 너무 하고 싶고, 자신 있다고 말했죠. 오빠들도 잘 어울리겠다며 미팅 후 바로 진행하게 된 거예요.

‘05학번이즈백’은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말투, 패션 등을 정말 잘 고증했어요.

은지 제가 10학번인데, 05학번 역할을 하는 거라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당시 인기 있던 프로그램인〈X맨〉〈리얼로망스 연애편지〈내 이름은 김삼순〉등을 보고 멤버들끼리 그때 유행했던 노래, 춤, 아이템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눈 게 도움이 됐어요.

해준 〈피식대학〉은 모든 코너가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요. ‘쿨제이’가 입는 옷도 대부분 동묘시장에서 구한 거예요.

연기도 워낙 디테일하게 하다 보니, 두 분의 이력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댓글에 있더라고요. 최근에 업로드된 ‘길은지’의 걸스 힙합 강의 영상에는 은지 씨가 실제로 댄스 스포츠 선수였고, 동대문에서 ‘쿨제이’가 옷 판매하는 에피소드에는 해준 씨가 동대문에서 옷 가게를 운영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은지 춤추는 것도 좋아하고, 댄스 스포츠 선수였던 것도 맞지만 걸스 힙합은 출 줄 몰라요.

해준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로 동대문에서 옷을 판매한 적은 있어요. 실제로 잘 팔아서 그 층에 있는 다른 옷 가게 사장님들이 스카우트할 정도였죠. 그런데 ‘쿨제이’처럼 손님들에게 ‘강매’했던 건 아닌데 실제로 그렇게 판매한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콩트에서는 재미를 줘야 하니 연기나 상황을 오버하는 거예요.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때 옷을 잘 팔았던 비결은 오직 친절이에요. 하하.

‘비대면데이트’의 소개팅남인 ‘최준’은 사람들이 비호감으로 느낄 만한 포인트를 두루 갖추고 있어요. 참고했던 인물이 있나요?

해준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류승룡 씨가 시초예요.〈코빅〉에서 코너로 올리려고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는데 잘 안 됐죠. 평소에도 그 말투로 주변 사람들에게 장난을 많이 쳤는데 싫어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질색할수록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정말 진지하고 꼴보기 싫은데 스스로는 멋있다고 느끼는 사람으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영상 대부분을 원 테이크로 촬영한다고요?

은지 네, 보통 그렇게 찍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저희들끼리 상대방 연기 호흡을 계속 살펴요. 상대의 연기가 끝날 때까지 뒤로 빠져서 기다렸다가 다시 연기하는 식으로 말이죠.

해준 대본이 아예 없다고 보면 돼요. 큰 흐름은 있지만 촬영할 때는 틈틈이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뱉어내고 상대 연기를 받아주는 식이죠. 큰 흐름을 잡고 나면 각자가 맡은 캐릭터 안에서 고민해요. 이 흐름에서 웃길 수 있는 포인트가

뭐가 있을지 각자 찾아내는 거죠.

SNS 계정도, 각자의 캐릭터 계정도 모두 운영하고 있어요.

해준 요즘 ‘최준’ 계정으로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다 답장드리고 있어요.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거든요. 은지 진짜 200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인스타에도 “언니 와방 뽀대 간지 작살이삼” 이런 식으로 댓글을 남겨 노는 것처럼 재미있어요.

많은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데 그중 실제 성격과 가장 가까운 인물은 누구인가요?

은지〈코빅〉의 ‘2020 슈퍼차 부부’ 코너 ‘사발면’이오. 끼가 많고, 소위 말해 순수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세상 물정 다 아는 닳고 닳은 여자? 하하.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눈치도 빨라야 하고. 아! ‘길은지’처럼 쿨하고 성질 내는 면도 있죠. 춤추는 것도 좋아하고요.

해준 ‘최준’보다는 ‘쿨제이’에 가까운데, 그렇게 화를 많이 내진 않아요. 평소에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현재 코미디언들이 설 무대가 별로 없다고들 말해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사라지고, 공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튜브 콘텐츠가 많은 부분을 해소해주는 것 같기도 해요.

해준엄청나죠. ‘최준’ 캐릭터는 〈코빅〉에서 오랫동안 시도했지만 방송에 한 번 나가고 끝났거든요. 〈피식대학〉에서 다시 살아난 건데, 저는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적어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다 여겼던 것들이 통한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껴요.

은지 오빠가 ‘최준’ 캐릭터를 오랫동안 시도하는 걸 옆에서 본 저는 공개 코미디에서도 웃기지만, 유튜브 감성에 훨씬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무대로 보는 것과 화면으로 보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거든요. 요즘 오빠가 행복해 보여 저도 덩달아 행복해요.

해준 정말 정확한 얘기예요. 저희가 엄청난 수익을 올리던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로 정말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은지 유튜브, 방송, 공연 뭐가 됐든 어디에서나 웃음을 주는 게 코미디언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시대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유튜브를 통해 끼와 재능을 보여주기 좋잖아요. 저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당장 내일 죽을지 모르니 기록도 하고 싶고, 나만의 콘텐츠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니 감사하죠.

실제로 기획부터 연기, 편집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잖아요. 수위 조절이나 적정선을 어떻게 맞추고 있어요?

해준 코미디언들은 본능적으로 그 선을 아는 것도 있고, 판단이 애매하다 싶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은지100 정도 할 수 있다면 70 정도로 살짝 줄여보려고 해요. 거기에서 반응이 좋으면 75 정도로 살짝 올려보기도 하고요. 댓글로 피드백을 받는 편이에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요?

해준 예전에는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 생활에서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피식대학〉 친구들과 회의하며 웃긴 걸 콘텐츠로 만드는 지금이 좋은데, 이걸 길게 유지하고 싶어요. 사실 요즘 많은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잖아요. 지금 사랑받는 캐릭터도 어차피 오래가지 않을 테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오래, 길게 하고 싶어요.

은지 “이은지는 잠깐 나와도 참 재밌어”라는 댓글을 봤어요. 제가 ‘감초’라는 건데 〈피식대학〉에서도, 〈코빅〉에서도 저는 잠깐 나오는 사람이잖아요. 올해에는 3~4분 정도 길게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유룡)셔츠 9만8천원 애드. 슈즈 39만9천원 레드미티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승진)셔츠 8만9천원 홀리넘버7. 팬츠 7만9천9백원 H&M. 슈즈 가격미정 코스. 양말 본인 소장품. (이재훈)재킷 7만9천9백원, 팬츠 3만9천9백원 모두 H&M. 터틀넥 가격미정 코스. 스니커즈 본인 소장품.

〈배꼽빌라〉 유룡&김승진&이재훈 현재 구독자 90.2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배꼽빌라〉를 운영 중. 3명 모두 SBS 공채 개그맨으로 3년째 몰카, 개그 다큐 등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햇수로 3년이 됐죠.

이재훈(이하 ‘재훈’) 처음엔 개그 프로그램을 하려고 모였는데, 당시 선배들이 하던 유튜브 채널이 자리 잡는 걸 보고 우리 셋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잘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당시에 진짜 할 게 없었던 이유가 커요.

김승진(이하 ‘승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자는 마음보단 ‘내일 뭐 하지?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늘어나고 수입이 생기면서는 제대로 마음먹고 했죠. 사실 지금 잘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유룡 저희가 목표가 높아요.

마지막 질문으로 하려 했는데, 먼저 물어볼게요. 목표가 뭔가요?

유룡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플랫폼에 팔려서 18개국 언어로 번역되는 거예요.

승진 유튜브를 통해 개인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을 더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재훈 방송을 꿈꿨던 코미디언이다 보니, 앞으로 방송을 많이 하고 싶어요.

지난해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폐지됐지만 사실 그보다 〈웃찾사〉가 먼저 없어졌죠 .

재훈 〈개콘〉은 모든 개그맨 지망생들이 선망하는 무대인데, 그게 없어졌으니 우울하더라고요. 여전히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재미있는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방송 쪽에는 그 줄이 끊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죠.

승진 워낙 빠르게 변하는 시대인 만큼 방송도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역시 코미디 프로그램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도전하고 싶고요.

〈배꼽빌라〉에서 사랑받은 콘텐츠 중 하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몰래카메라였어요.

재훈 처음에는 콩트 같은 코미디 콘텐츠를 몇 번 올렸는데, 한 달 조회 수가 12회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대중적인 것부터 하고 난 후에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를 올리자고 했죠. 결과적으로 그 방법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지상파 방송은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는 반면에 유튜브 채널은 자체적으로 검열을 해야 하죠. 그 조절은 어떻게 해요?

재훈 감이죠. 수위가 조금 센 것들은 광고 수익을 제한하는 노란 딱지가 붙는 걸 경험하면서 노하우가 많이 쌓였어요.

승진 애매한 부분이 많아요. 저희는 유튜브 역시 하나의 방송이라 생각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5명이 모여 촬영하면 방송이 아닌 사적인 모임으로 치부하니깐요.

몇 년 동안 셋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코너를 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꾸준히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세 사람이 지향하는 개그 스타일이 잘 맞는 편인가요?

승진 셋 다 다른 색깔을 가졌어요. 의견 마찰이 생기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편이죠.

재훈 승진이 형의 아이디어는 처음에 들으면 무미건조하지만 막상 해보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룡 재훈이는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예리하게 잘 짚어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개그 스타일이 센 편인데, 그걸 잘 다듬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코미디로 만들 수가 있죠.

재훈 룡 형은 사람 자체가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돼지’예요. 하하. 개그적으로 쓸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병맛 코드가 〈배꼽빌라〉의 특징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상파 방송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할 텐데요 .

승진 그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저희 색깔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맞추려 해요. 특정 마니아들만 우리를 좋아한다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게 여기기엔 조회 수가 몇백만이 나오는 영상도 있으니깐요.

유룡 구독자 성비가 9:1 비율로 남성이 월등히 많긴 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재훈 여성 구독자 비율이 10%라고 해도 지금 저희 구독자 수 90만 명 중에 9만 명이 여성인 거니까 적지 않다 생각해요.

다른 채널에는 없는, 〈배꼽빌라〉에만 있는 한 가지는 뭐라고 생각해요?

유룡술자리에서 어떤 친구가 “〈배꼽빌라〉가 너무 재미있고 좋다”라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 다닐 때 꼭 한 번 봤을 법한 모자란 친구들을 보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정말 기분 좋았어요.

승진 저희는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나오는 ‘영삼이’와 그 친구들 같아요. 뭔가 제어 안 되는 꼴통 같은 애들처럼요.

무대가 그립진 않아요?

승진 너무 그립죠. 유튜브 댓글로 받는 피드백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웃음소리는 천지 차이거든요. 가수들도 버스킹할 때 관객 없이 부르는 것보다 관객들이 함께 불러주면 더 좋은 것처럼 코미디언들도 마찬가지죠.

유룡 예전엔 무대가 훨씬 좋았는데 지금은 유튜브와 갭이 많이 줄었어요.

꼭 오르고 싶은 무대가 있어요?

승진 연예대상 무대에서 수상자로 서고 싶어요. 그 자리에 오르면 어떨지 궁금해요.

각자 롤모델과 본인만의 개 그 철학을 말한다면요?

승진 양세형 선배님이오. 인성도 좋고, 코미디를 잘하세요. 특별한 개그 철학은 없지만, 저는 제가 하면 남들이 했던 것일지라도 다르게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훈 못하는 것도 없고 늘 새로운 걸 하는 유세윤 선배님. 저 역시 남들이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싶어요.

유룡 주성치를 좋아해요. 기획력, 연기 호흡 그리고 자기만의 사단이 있는 것도 정말 부러워요.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고 싶어요. 불편하지 않고 마냥 유쾌한 웃음이오.

재킷 7만9천9백원, 팬츠 3만9천9백원 모두 H&M. 셔츠, 스니커즈 모두 가격미정 반스.

〈임성욱〉 임성욱 2016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지난해 〈개콘〉 폐지를 겪었다. 현재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1.7만 명으로, 동료·선후배 코미디언들과 함께 몰래카메라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유튜브를 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죠? 처음 시작할 때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방영할 때 아니었어요?

현재 유튜브 〈깨방정〉을 하고 있는 개그맨 정승빈 선배와 오랜 친분이 있어요. 유튜브를 해보니 굉장히 재미있다고 저한테도 권하더라고요. 제가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3년째 출연했던 〈개콘〉 코너가 없어졌어요. 말 그대로 백수가 된 거죠. 유튜브를 하기 좋은 타이밍이었어요.

〈개콘〉이 폐지됐을 때의 상실감이나 허탈함이 유튜브로 회복이 되던가요?

저는 3~4년 출연했으니 다른 선배들보다는 슬픈 감정이 덜했을 거예요. 물론 제 꿈의 무대였기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죠. 단순히 무대가 없어진 게 아니라,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이 없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선배들과 얘기를 많이 했어요. 오히려 프로그램이 폐지된 이후에 선배들과 더 친해지고 각별해진 것 같아요.

성욱 씨뿐 아니라 많은 코미디언이 올리는 유튜브 콘텐츠에는 몰래카메라 형식이 많아요. 그 이유는 뭐라 생각해요?

사실 저희가 하는 건 몰래카메라라기보다는 코미디언들이 회의하면서 노는 거라고 보는 게 더 맞아요. 강약이 있을 뿐 대다수가 그럴 거예요. 저의 휴대폰 몰카도 실제로 코미디언 선배들에게 많이 하는 장난이거든요. 구독자분들도 점차 ‘니네끼리 재미있게 노는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아무리 몰래카메라라지만 선배들의 번호를 ‘꼰대XX’라고 저장하고 반응을 살피는 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대체로 친한 선배들을 대상으로 하는 편이에요. 상대가 정말 화내기 직전에 ‘몰래카메라’라는 걸 밝히는 타이밍도 중요하죠. 사실 코미디언들의 직업병이 있어요. 아주 심한 장난을 쳤는데 상대가 못 받고 정색하면 코미디언 자질이 없다고 말하거든요. 하하.

때론 상대에게 평소 하고 싶던 말을 몰래카메라를 핑계로 하기도 해요?

우리끼리 있다 보면 선배들의 특징으로 별명을 만들잖아요. 제가 가장 공들인 ‘이름 저장 몰카’ 아이디어가 거기에서 비롯된 거예요. 실제로 제가 진짜 안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정작 그분은 저를 좋아해요. 차마 그 선배에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으니 그분의 전화번호를 저만 아는 이름으로 저장했는데, 이걸 몰카로 녹이면 어떨까 싶어 시작하게 된 거죠.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끼다가 유튜브 댓글로 반응을 살피다 보니 알게 된 새로운 점이 있어요?

〈개콘〉 객석을 다 채우면 관객이 900명이에요. 재미있는 멘트를 했을 때 반응이 바로 오는데,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죠. 소극장과는 차원이 달라요. 사람들이 웃을 때 그 희열은 말로 표현 안 되죠. 유튜브는 사람들이 편집을 거친 영상을 보는 거잖아요. 1년 넘게 이 작업을 하다 보니 댓글에 달린 ‘ㅋㅋㅋㅋ’와 〈개콘〉 무대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그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얼마나 같고, 또 다른지도 파악됐어요?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볼 때 개인기가 노래였을 만큼 노래 개그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처음 할 때도 노래 개그를 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별로더라고요. 코미디언치고 노래를 잘한다는 반응은 있는데 재미있다는 말은 없었죠.

방송국에는 다양한 장치가 있어 코미디언으로서 수위 조절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어떻게 적정선을 잡아요?

그게 가장 힘들어요. 팀이면 서로 의견 조율하면서 하는데 혼자라 너무 어렵거든요. 〈개콘〉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죠. 코너를 짜면 제작진에게 검사를 받는데, 굉장히 보수적으로 기준을 잡거든요. 거기에 맞게 4년 동안 코너를 짜다 보니 그 선을 몸으로 익히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쫄보’이기도 하고요. ‘(해도) 될까, 안 될까’라는 의문이 들면 안 하는 방향으로 정해요.

〈개콘〉 폐지로 많은 코미디언이 설 무대가 없어졌음에 안타까워했어요. 유튜브는 성욱 씨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소극장 출신이라 무대를 좋아하지만, 유튜브는 또 다른 종류의 열정을 불러일으켜요. 〈개콘〉을 할 땐 지금만큼의 관심과 인지도를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니까요. 요즘엔 마스크를 썼는데도 눈만 보고 저를 알아보는 분들도 있어요.

코미디언이 됐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거란 생각은 못 했을텐데, 꿈의 방향이 바뀌기도 했어요?

〈개콘〉에서 열심히 하다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진출하는 게 저의 꿈이었어요. 〈개콘〉이 사라져 어쩔 수 없이 유튜브를 하고 있지만, 예능에 대한 꿈은 여전해요.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예능 프로그램을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잘하던 노래 개그를 다시 잘 다듬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코미디언이 됐을 때부터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받는 게 목표였고, 유튜브를 하면서 다시 그 목표가 생긴 거죠.

혼자 채널을 운영하면서 버거운 점은 없어요?

예전에 두 번 정도 개그 팀으로 유튜브를 해본 적이 있는데 잘 안 됐어요. 저와 감이 잘 맞다고 생각해 시작해도 유튜브에선 안 맞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감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 혼자 시작한 거라 지금은 편해요. 제 채널에 자주 나오는 선배 코미디언분들과 프로젝트성으로 진행하고 있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도 있고요.

유튜브를 운영하는 동료 코미디언이 많다 보니, 어떻게 아이디어를 짜고 연출하는지 모니터링하는 데도 훨씬 용이해 보여요.

언제든 검색해 영상을 볼 수 있어 편하죠. 다만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따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반대로 제 아이디어를 다른 채널에서 갖다 쓰면 기분 나쁜데 말하기도 뭣하죠. 그런 단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좋아요.

수치적으로 정해놓은 목표도 있어요?

올해 구독자 수 50만 명을 달성하는 거예요. 제 매력으로 승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아요.

성욱 씨만의 매력은 뭔가요?

〈개콘〉에 들어갔을 때 감독님한테 저를 왜 뽑았는지 물었더니 ‘포스트 허경환’이라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의 외모는 아니지만 캐릭터를 잡아서 잘 풀어보고 싶어요. 작년에 카피추 선배를 보며 이 일을 처음 했을 때의 열정이 다시 끓어올랐어요. 제가 늘 하고 싶던 노래 개그를 하고 있었거든요. 누구를 이용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자기만의 매력으로 승부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피아노를 치고 있어요. 하하. 언젠가 피아노로 개그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코미디언이 있다면요?

〈개콘〉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박소영 선배요. 데뷔 후 처음으로 코너를 같이 해준 선배인데 텐션도, 목소리도 높아요. 저는 차분한 편인데 그분의 그런 밝은 면이 저와 시너지를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라이브 커머스를 선배와 같이 하고 있는데 좋은 기회가 되면 함께하고 싶어요. 허경환, 오나미 선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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