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가 덜 해롭다고요?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헬스조선 명의]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2021. 1.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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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금연치료 명의'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

흡연이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지난 2020년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8~2018년 20년 새 남성 흡연율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아직 35% 이상이 흡연자이고, 20~40대 여자 흡연율은 2배로 증가했다. 금연에 성공하는 법은 무엇일까. 10년 이상 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아온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에게 금연에 대한 궁금증, 금연에 성공하는 비법에 대해 물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금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나도 원래 흡연자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성인이 되면 담배를 피우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중독됐다. 하지만 레지던트 때 공부하면서 담배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 독성물질인지 깨달았다. 담배 피우는 일이 그야말로 '자해(自害)'라는 걸 인식하게 된 것이다. 혼자만 조용히 알고 끝낼 수는 없어 근무하던 병원에 '금연클리닉'을 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았다. 신규 환자가 1년에 100명도 안 됐다. 그 당시 흡연자가 1300만명인데,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병원에서 100명 금연시키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길거리로 나와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연운동협외회에도 가입하게 됐고, 계속 활동을 하다가 지난 2010년에 2대 회장이 돼 지금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협회가 재정상 어려워 지금껏 개인적으로 5000만원 정도를 기부하며 운영 중이다.

국립암센터 원장이 돼 할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 국립암센터의 미션이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이 '암을 예방하는 것'이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흡연이 암 원인의 30%를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식이조절,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 이를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남성 흡연율은 많이 줄었지만, 여성 흡연율은 되려 높아졌다.

아시아지역을 놓고 봤을 때 국내 남성 흡연율은 꽤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즉, 급한 불은 껐는데, 그다음이 문제다. 여성 흡연을 막기 위해서는 여성 특화적인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같은 흡연량일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해롭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임신 중에 담배를 피우면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태아가 저체중아가 되고 선천성 기형이 될 수 있다. 아이에 대한 학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를 알고도 못 끊는 여성들이 있다. 역시 중독 때문이다. 뱃속 아기가 있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해 울며 흡연했다는 여성의 사례도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문제가 된다. 부모가 흡연하면 간접흡연에 의해 '영아돌연사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사망한다.

-코로나가 흡연자에게 특히 위험하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코로나에 걸리는 비율은 큰 차이가 없는데, 사망률에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중국 모두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남성에서 더 높은데 남성 흡연율이 높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심장혈관뿐 아니라 폐까지 망가져 있어서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신종 전자담배(이하 전자담배) 사용자도 코로나에 취약한가?

그렇다. 역시 코로나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높다. 일반 궐련형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는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다만 전자담배를 피울 때는 불을 안 붙이고 쪄서 발생한 기체를 마시는 것뿐이다. ​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나?

독성물질의 양이 전자담배에서 더 적게 발생하는 것은 맞다. 직접 불을 붙인 뒤 내용물을 흡입하는 것보다 독성 물질이 적게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일반 권련형 담배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양이 100이라면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양은 60 정도다. 일부 전자담배 회사는 기존 권련형 담배에서 나오는 독성 물질을 90% 줄였다고 홍보하는데 과장된 말이다. 그래도 독성물질이 기존 담배의 60%밖에 안 되면 몸에 더 나은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10층에서 떨어져 죽으나 20층에서 떨어져 죽으나 똑같다. 독성물질 양이 줄었다고 해서 그만큼 해로움이 덜하다는 사실은 보장되지 않는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형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독성 물질이 적긴 하지만, 역시 발암물질이 들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권장할 수 없다. 전자담배가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이다.

-전자담배는 왜 냄새가 덜한가, 그만큼 간접흡연 위험도 덜한 것인가?

불을 피우지 않고 고열로 찌기 때문에 냄새가 덜하다. 아까 언급했듯 일반 담배 연기를 간접흡연하는 것보다 독성 물질 흡입량이 60% 정도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냄새가 안 난다고 하더라도 위험하다. 그래서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까지 모두 금지다. 일반 궐련형 담배는 물론이고,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모두 법적으로 피우면 안 된다.

-일반 담배와 전자 담배를 번갈아 피우면 몸에 더 해롭지는 않나?

일반 담배와 각종 전자담배를 이중, 삼중 사용해도 큰 차이는 없다. 흡수하는 니코틴 총량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전자담배 사용량을 늘리면 기존 일반 궐련형 담배 사용량이 줄어든다. 일반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세 종류를 모두 쓴다고 해서 해로움이 세 배가 되지는 않는다.

-금연을 위한 전 단계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람이 많다. 이 방법은 추천할 만한가?

추천할 수 없다.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람들은 사실 담배를 끊을 목적으로 갈아타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려고' 갈아타는 거다. 실제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끊는다면 찬성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드물다. 담배를 정말로 끊으려면 이를 돕는 약을 복용해야지, 전자담배를 통해서 끊으려는 행위는 잘못된 방법이라는 뜻이다. 니코틴 중독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해, 담배 종류만 바꿔 가면서 왔다 갔다 하는 정도에 그치는 거다. 결국 각종 담배 이중, 삼중 사용자가 된다.

사진=국립암센터 제공

-금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전국 17개 금연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4박5일 금연캠프에 참여하는 것이다. 캠프에 참여하면 6개월 금연 성공률이 70%로 그 어떤 방법 중에서 가장 높다. 병원에 가서 금연약을 먹었을 때 6개월 내 성공률이 18% 정도 되고, 혼자 의지로 끊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입원 프로그램은 단체가 같이 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많이 되기도 한다. 금연캠프 중에는 참여자에 대한 상담치료도 이뤄지고, 폐CT도 찍어준다. 폐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눈으로 직접 보게 해주는 것이다. 프로그램 가격은 1인당 100만원 이상 드는데, 국가에서 지원해줘서 전액 무료다.

-전자담배 사용자들도 금연약을 먹어야 하나?

전자담배 사용자들도 니코틴 중독 상태이기 때문에, 바레니클린 성분(챔픽스 등)의 금연약을 먹어야 한다.

-챔픽스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과장됐다. 챔픽스를 복용했을 때 해로운 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약 30% 복용자에서 메스꺼움이 발생한다. 약간의 두통이 있고, 꿈이 뒤숭숭할 수 있기는 하다. 혹여나 너무 메스꺼우면 약을 절반으로 줄이면 된다. 부작용이 크게 줄어든다. 도저히 못 먹겠다면 부프로피온이라는 다른 약을 먹는 방법도 있다.

-약은 얼마나 얼마나 먹어야 하나?

기본적으로 3개월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뒤에도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이 든다면 또다시 3개월 총 6개월을 먹으면 된다. 약 가격은 전액 면제, 다 무료다. 대한민국의 흡연자 금연지원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2위라 하면 서러운 명실상부한 1위다. 금연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다. 금연을 위한 약 가격뿐 아니라 진료비가 모두 무료다.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금연 중 금단증상을 가장 잘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일단 약을 먹어야 한다. 그렇다고 금단 증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줄어드는 것이다. 금단 증상으로 괴로울 때는 흡연 충동이 5분만 짧게 지속된다는 것을 되뇌어야 한다. 그 5분 사이에는 심호흡을 하고 물을 천천히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금단 증상은 금연을 시작하고 3일째에 가장 심하다. 이때 '이렇게 평생 못 산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흡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런 느낌이 평생 가지 않는다. 이 위기는 금연캠프에 참여했을 때 아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금연캠프를 권장하면 시간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4박5일이 너무 길다는 말인데, 이런 사람들이 폐암을 진단받으면 시간 없어서 치료 못 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실제 폐암 환자 중 시간이 없다고 치료를 안 받는 사람은 없다. 이미 폐암에 걸리고 나면 아무리 시간을 내도 병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치료받을 시간도 있고 돈도 있는데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미리 시간을 내서 담배를 끊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살기 위해 4박5일이라는 시간을 내는 것은 그리 큰 투자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신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면, 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담배를 끊으십시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서홍관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국립암센터 8대 원장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전국보건소 금연클리닉 설립 사업의 책임자를 맡았고, 국립암센터에 금연콜센터를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 금연지원 서비스가 정착하는 데 이바지했다. 특히, 2010년부터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아 담뱃값 인상,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음식점 완전 금연구역 지정 등 우리나라 금연운동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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