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남·북·미의 동상삼몽

2021. 1. 2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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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지난 20일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월 6일 의회 난입 사건, 세계 최대인 41만명의 코로나19 사망자, 코로나 이전보다 3배 가까이 치솟은 실업률 등 1860년대 남북전쟁과 1930년대 대공황이 겹친 듯한 최악의 상황에서 집권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미국과 북한의 생각이 너무 다른데 한국은 애써 무시한 채 꿈에 젖어 들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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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어문학부)


조 바이든이 지난 20일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1월 6일 의회 난입 사건, 세계 최대인 41만명의 코로나19 사망자, 코로나 이전보다 3배 가까이 치솟은 실업률 등 1860년대 남북전쟁과 1930년대 대공황이 겹친 듯한 최악의 상황에서 집권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이를 반영하듯 바이든의 취임사는 비장했다. 분열된 미국인의 마음을 모으고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 질서 설계에 비중을 두던 이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와는 차별화되게 대외 정책은 “동맹을 회복하고 전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만 짧게 언급됐다. 그만큼 국내 정치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이달 초 무려 7000명을 평양에 모아 8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했다. 북한은 작년 8월 전원회의를 통해 8차 당대회를 예고하면서 경제 성과가 심히 미진해 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대회 결과를 보면 경제 분야는 ‘자력갱생’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문다. 북한이 당대회를 강행한 것은 미국의 신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대미 정책을 밝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다. 대미 메시지는 강경했다. 단순히 자위 차원이 아닌 최고 수준의 핵 능력 보유를 천명함으로써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군축 협상을 요구했다. 수용하지 않으면 열병식에서 보여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미국 본토를 향해 시험 발사하거나, 한국 일본을 사거리로 둔 KN-23 등 신형 미사일에 핵을 얹어 전술핵 무기로 실전 배치하겠다고 겁박한다. 한국을 향해선 문재인정부가 꾸준히 제기하는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 관광’을 비본질적이라면서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다시 한번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제안”하면서 북한이 비본질적이라고 거부한 남북 관광 재개를 언급했다.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평가하고 종전 선언을 모멘텀으로 활용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에 “설명하고, 또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선언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매우 중요한 선언”으로 규정하고 여기서 시작하면 속도 있게 북·미 및 남북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더불어 북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여전히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 명 지도자의 생각이 다 다르다. 바이든이 김정은을 신뢰하기는커녕 독재자로 비판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는 중국 이란 러시아 다음 수준이다. 따라서 적극 나서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지 않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것임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러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도발도 불사할 수 있다. 악화된 미·중 관계를 활용해 중국 도움을 받고 버티기에 들어가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하는 정면돌파를 목표로 할 수 있다. 그때까지 남북 관계는 미·북 관계 밑에 둘 것이다. 한국은 마냥 장밋빛이다. 바이든이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고 트럼프 정책을 일부 이어받아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 북한도 한국의 비본질적 제안을 받아들여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금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머리가 복잡하다. 미국과 북한의 생각이 너무 다른데 한국은 애써 무시한 채 꿈에 젖어 들고 있는 듯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미동맹의 북한 핵 대응 능력이 향상될수록 북한의 핵보유 효용성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북한은 대화에 나설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어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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