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일기' 中작가, "누구도 코로나19 책임지거나 사과 안해"

이민정 입력 2021. 1. 24. 22:57 수정 2021. 1. 2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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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湖北) 우한(武漢)의 참상을 기록한『우한일기(武漢日記)』의 저자 팡팡(方方)이 또 한 번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

지난해 1월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사태 실상을 기록해 책 우한일기로 펴낸 작가 팡팡. [글로벌타임스=연합뉴스]

팡팡은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 빈과일보와 연이어 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CMP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책임져야 하는 이들 중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거나 후회하거나 사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 년 간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쏟아진 비판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향한 악평에 대해 “내 나이 예순이 넘었지만, 그런 비판은 생전 처음 들어봤다”면서 “이런 팬더믹을 경험할 줄도, 온라인에서 거센 공격을 받을 줄도 상상 못 했다. 당시 큰 충격에 휩싸였었다”고 밝혔다.

팡팡은 누군가의 위협에도 모두가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면 우리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서 “내 기록처럼 또 다른 기록이 있다면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홍콩 빈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판을 언급하며 “내 조국이 문화혁명 시기로 후퇴하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고 했다.

또 우한일기를 작성할 당시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기도 했다. “봉쇄 기간 도시는 텅 비었었다. 공포에 휩싸인 공허함이었다. 내 인생에서 그런 공허함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우한의 의료 서비스는 수준이 높았다. 누구도 아플 때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며 코로나19환자들이 느꼈던 절망감을 우한일기를 통해 대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한 토박이인 팡팡은 지난해 1월23일코로나19 사태로 도시가 봉쇄되자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 일기 형식으로 우한에서 일어나는 일과 자신의 감정 등을 적었다. 팡팡의 글은 3월25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졌고, 코로나19 사태의 실상이 생생하게 담긴 그의 글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그는 60편의 일기를 책으로 엮어 출판했고, 해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 관영매체와 일부 네티즌은 그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조국을 배신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팡팡의 부동산 불법 취득 의혹 등 치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그를 공격했다.

그럼에도팡팡은 정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우한 당서기 왕중린(王忠林)이 시진핑 주석을 칭송하자 "당신들의 주인인 우한 시민에게 오히려 겸허하게 감사를 표하라"고 꼬집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에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신년사에서 무조건적인 애국주의에 나선 중국의 극좌 세력을 일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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