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감귤부터 오피스텔 분양권까지.. '라방'으로 산다
라이브 쇼핑 방송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TV홈쇼핑과 비슷하다고 떠올릴 수 있겠다. 기본적인 맥락은 비슷하다. 방송 화면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해주고 판매하는 방식은 홈쇼핑과 겹친다. 홈쇼핑을 즐기던 소비자라면 라이브 쇼핑 방송에 대한 접근도가 높은 편이다.
홈쇼핑과 다른 점은 ‘현장성’과 ‘소비자 참여도’에서 찾을 수 있다. 라이브 쇼핑 방송은 스튜디오를 벗어나 오프라인 매장, 식당, 과수원, 사무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 가능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라방이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것처럼 라이브 쇼핑 방송 또한 장소적 제약이 적다.
소비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홈쇼핑과 결이 다르다. 라이브 쇼핑 방송에는 참여자의 ‘댓글 쓰기’가 허용된다. 라방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댓글로 제품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방송에 대한 칭찬도 하고, 다음 방송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을 요청하기도 한다. 홈쇼핑보다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현장성과 소비자 참여도가 시너지를 일으키면, 소비자가 마치 ‘현장에서 물건을 사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판매자에게 댓글로 제품 시연을 부탁하면 판매자가 바로 보여주고, 다른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찾아서 보여주는 식이다보니 현장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주로 쇼핑몰이나 시장 등 오프라인을 즐겨 찾던 김미현(39)씨는 요즘 라이브 쇼핑 방송을 즐겨 본다. 김씨가 라방 쇼핑을 즐겨하는 이유도 이 현장감 때문이다. 김씨는 “시장이나 마트를 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을 ‘득템’하는 재미가 있고, 장사하시는 분들 추천을 받아서 좋은 물건을 살 때도 있다”며 “그런 재미를 라이브 쇼핑 방송에서 종종 느낀다”고 말했다.
라방 쇼핑은 판매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약도 거의 없다. 식료품이나 옷처럼 생필품 뿐 아니라 자동차, 오피스텔 분양권(이상 티몬) 등도 라방 쇼핑으로 판매했다. 참치해체쇼, 트로트 공연(이상 11번가) 등 특색 있는 방송으로 소비자들을 모으기도 했다.
라방 쇼핑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이다. 티몬이 ‘티비온’ 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초반에는 특이하고 재밌는 방식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지금 티비온은 서비스 초창기보다 시청자 수는 30배 이상 늘었고, 방송을 보고 실제 구매로 이어진 사례는 연간 3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라방 쇼핑 붐을 일으킨 데는 네이버의 역할이 컸다. 네이버가 지난해 7월 30일 ‘네이버 쇼핑라이브’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소상공인 중심으로 쇼핑 라이브 참여자 수가 급증하면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네이버에 따르면 쇼핑라이브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시청 1억 뷰를 돌파하고, 쇼핑라이브를 통한 구매자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최근 판매자 수는 서비스 초창기보다 7배 증가했고, 라이브 콘텐츠 수는 누적 2만여건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12월 한 달 동안 네이버 소핑라이브를 통한 거래액은 200억원을 넘겼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체 쇼핑라이브 판매자 가운데 80%는 중소사업자(SME) 비중이 80%다. 판매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높은 관심을 받아 올해도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11번가, G마켓, 옥션, 위메프, SSG닷컴, 롯데온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도 특색 있는 라방 쇼핑에 동참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0월 라이브커머스팀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라방을 시작한 뒤 3개월 만에 누적 시청자 수 58만명을 기록했다.
SSG닷컴과 롯데온은 온·오프라인 협업으로 강점을 살리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 성수점에서 진행한 ‘매장 전단 라이브방송’, 완구매장 ‘토이킹덤’ 특별 할인가 방송, 뷰티 편집숍 시코르 강남점에서 진행한 뷰티 방송 등으로 신세계 그룹 차원의 협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온에서는 롯데백화점과 협업한 ‘100Live’가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의 평가는 다소 갈린다. 외형은 키워가지만 실속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배송경쟁처럼 ‘수익성은 낮은데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방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에서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 진행을 유명 인플루언서나 인기 방송인에게 맡기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출연료를 아낀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 기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라방 덕에 소비자들이 더 오래 자사 쇼핑 앱에 머무르게 될 것을 기대한다. 쇼핑 앱에 대한 소비자의 친밀도를 올리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라방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적극적으로, 마음껏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게 들이면서 단숨에 판매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뷰티 업계에서는 앞으로 더욱 선호하게 될 판매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소 사업자들에게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많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단골손님들의 입소문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우리 가게 상품을 홍보할 수 있다는 게 좋다”며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걸 보면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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