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 사진, 심심해서 보는 그 이상의 의미
[전윤정 기자]
2020년 10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약 4400만 명이 쓰고 있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아래 카톡). 나 역시 문자메시지보다는 카톡을 선호하는데, 앱을 열다가 가끔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사진)을 훑어보곤 한다.
카톡에는 프로필이 바뀌었다고 빨간 점이 찍히는 알림 기능이 있어서, 친구들의 근황을 엿보기도 한다. 대학 합격증 사진에서 자녀의 대학 합격을 알게 되고, 꽃꽂이하는 사진에서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구나! 짐작한다. 하지만 프로필 사진이 심심해서 보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달 전, 시어머니의 스마트폰을 바꿔드리면서 카톡 앱을 새로 깔았다. 시어머니가 비밀번호를 기억 못 하기에 '비밀번호 재설정'을 눌렀다. 일반적인 개인 인증을 마치자, 보안 강화를 위한 추가 확인 퀴즈가 시작됐다. 총 5문제. 오답이 많으면 '비밀번호 재설정 불가'라는 경고에 시어머니와 나는 긴장했다. "카카오톡 친구 '박OO'의 프로필 사진은 무엇인가요?"
'박OO'의 프로필을 맞춰보라며 4개의 사진이 떴다. 아, 잃어버린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도 친구의 프로필은 평소에 유심히 봤어야 했다! 시어머니는 막힘 없이 잘 맞춰갔다. 여든이 넘은 친정어머니가 생각났다.
친정어머니는 좋은 글귀나 사진, 음악 등을 친구들과 카톡으로 주고받는 것이 큰 낙이다. 친정어머니는 가끔 내게도 보내는데 하루는 짜증을 냈다. "너는 왜 그렇게 자주 (프로필) 사진을 바꾸니? 헷갈리게." 우리는 왜 타인의 프로필 사진을 눈여겨볼까?
▲ 책 메타버스 |
ⓒ 플랜비 |
현실의 나-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이상적인 나 = 라이프로깅 세계
단순한 프로필 사진 한 장도 디지털 세상 메타버스에서는 나를 보여주는 페르소나(가면을 쓴 사회적 인격)가 된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은 페르소나를 '외면적으로 보여주기를 원하는 사회적 자아'라고 했다. 가족사진을 올린 친구는 화목해 보이고, 여행 사진을 자주 올리는 친구는 자유로워 보인다. 늘 명화를 바꾸어 올리는 친구는 미술 애호가처럼 보인다. 읽고 있는 책을 주로 올리는 나는 대단한 독서가로 보일 테다.
▲ 우리는 디지털 공간 안에서 수많은 것들을 한다. |
ⓒ pixabay |
저자가 라이프로깅과 함께 언급한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 거울 세계, 가상 세계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판타지와 편의가 덧입혀진 세계다. 몇 년전 크게 유행한 포켓몬고 게임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길거리, 상점 등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면 포켓몬이 나타나 수집하는 단순한 놀이였지만 '신기함'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글로벌 식음료 회사 코카콜라는 2014년 겨울, 증강 현실을 이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핀란드 산타 마을에서 누군가 눈을 퍼서 기계의 투입구에 넣으면 연평균 기온 30도를 유지하는 싱가포르에 인공제설기에서 실시간으로 눈을 뿌려주었다. 지구 반대편을 실시간으로 연결한 메타버스의 구현에 큰 호응을 얻었다.
디지털 공간에 현실을 복제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거울 세계'다. 개인이 보유한 집을 임대하는 에어비앤비(Airbnb)는 개인이 사는 가정집 내부를 거울 세계에 복사해 거대한 숙박 세계를 만들어냈다. 음식 배달 앱은 스마트폰 안에 식당 골목을 거울 세계로 옮겨 놓았다.
우리는 식당 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상상하며 음식을 시킨다. 하지만 식당 없이 공유주방에서 만들어 배달만 하는 음식 사업이 2019년 11월에 비해 일 년 사이 72%나 증가했다(매일경제 2020년 8월 18일 자). 지도 앱에 복사된 거울 세계 속 길을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 또한 일상이 되었다.
'가상 세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다른 신세계로 앞으로 가장 크게 성장할 메타버스라고 예견한다. 게임 형태와 비게임 형태로 나눌 수 있는 가상 세계 안에서 사람들은 본래 모습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무언가를 하는데, 현실에서 얻기 힘든 탐험, 소통, 성취감을 가상 세계에서 얻을 수 있다.
▲ 모여봐요 동물의 숲 요즘 가장 핫한 게임으로 불리는 동물의 숲이다. |
ⓒ 한국닌텐도 |
대학생 딸이 이 게임을 하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게임기)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네가 초등학생이냐며 놀렸다. 코로나 힐링 게임이라고 불리는 '커뮤니티형 가상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소통과 위로가 이뤄지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1일 (현지 시각) 미국 트위터 공식 블로그는 2020년 1년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게임은 '모동숲'이라고 발표했다. 발렌티노, 마이크 제이콥스 등 해외 명품 브랜드도 이 게임을 통해 패션쇼를 열고, 신제품을 선보였다고 하니 가상 세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
책 <메타버스>를 덮으면서 종이사전이 생각났다. 30여 년 전, 중·고등학생은 누구나 두꺼운 영어 사전을 들고 다녔다. 외운 페이지를 뜯어 먹는 엽기적인 친구, 쉬는 시간에 주로 베개로 사용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뒤적이느라 손때 묻은 영어 사전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종이사전 자체를 잘 모른다. 인터넷 포털에서 제공하는 사전 검색으로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단어가 아닌 문장을 통째로 번역기가 번역해 주는 세상이다. 해외여행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번역기 앱을 사용해 스마트폰 자체를 그 나라 사람에게 내미는 일도 흔하다. 새삼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몸은 물질의 세상, 아날로그 지구에 있지만,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디지털 세상, 디지털 지구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는 막연하게 모든 이들이 한 공간 하나의 지구에서 살아간다고 착각하고 있으나 실제 공유하는 것은 아날로그 지구의 물리적 공간과 시간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세대별로 디지털 지구에 머무는 시간도 확연히 다르다고 하니, 앞으로의 세대 차이는 <메타버스>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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