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세금 낭비의 대표작 '용산가족휴양소'
2020년 12월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서울시 용산구의 공공기관 청렴도를 측정하여 2등급으로 공표하였고 용산구에서는 전국 자치구 중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성장현 용산구청장(더불어민주당, 4선)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인사비리 의혹까지 드러나 용산구가 술렁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재개발 비리로 기소되고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직전 박장규(한나라당, 3선) 구청장의 10년과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 답을 찾아보고자 시민들이 나섰다. 용산구에 사는 우리는 '시민이 바라본 용산 지방자치'라는 큰 제목 아래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앞으로 할 내용은 이야기의 전체가 아니다. 시민으로서 찾을 수 있는 내용,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뿐이다. 우리는 30만 명의 용산구민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청렴한 용산을 위해 한 명의 주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기자말>
[장지혜 기자]
▲ 방치된 용산가족휴양소 입구 |
ⓒ 설혜영 제공 |
서울 용산구에서는 120억 원(2019년에 밝힌 건립비는 175억 원)을 들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반 가정집과 마을처럼 꾸며 생활 감각을 이어갈 수 있는 치매 전담 노인요양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용산구치매안심마을(이하 치매안심마을)'은 서울 용산구가 아닌 용산가족휴양소(이하 가족휴양소)가 위치한 경기도 양주시에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족휴양소는 양주시 백석읍에 위치하여 2010년 10월 20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만 5년 2개월을 운영한 이후 방치되고 있는 곳이다. 사실 가족휴양소는 매입할 때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용산구는 용산참사 개발금으로 가족휴양소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경기도 양주에 가족휴양소를 개소하였다.
매입한 건물의 전 소유주는 전 용산구의회 의원이었으며, 매입 시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였다는 의혹도 있었다. 러브호텔이었던 건물을 37억 원에 매입하여 리모델링 비 등 가족휴양소로 만들기 위해 52억 원의 세금이 소요되었다. 또한 운영하는 동안 발생한 10억 원의 적자를 합친다면 총 62억 원 구민의 세금이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용산구민의 이용률은 가족휴양소에 들어간 구민의 세금만큼 높지 않았다. 지역 접근성이 떨어지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2011년~2015년 평균 이용률이 48%(용산구민의 이용률은 2011년 77%에서 2015년 53%로 하락) 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가족휴양소는 유지·관리소요 예산을 이유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거듭된 유찰로 매물 가격이 35억 원에서 28억 원대로 낮아졌으나 결국 유찰되어 매각되지 않았다.
장정호 위원 : … 요양병원도 과거에 우리가 검토를 했었어요. 휴양소를 운영하면서. 그런데 그 건물이 복도라든지 계단이라든지 요양원으로 쓸 수 있는 규격이 안 되어서.
복지정책과장 김○○ : 네, 리모델링이 불가능하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장정호 위원 : … 어차피 요양원으로 한다면 부지를 남겨놓고 모든 부분들 다 철거하고 다시 해야 되는 이런 부분들이라는 말이에요.
(2017.3.14. 제7대 용산구의회 제230회 제1차 복지건설위원회 회의록)
복지정책과장 조○○ : … 중요한 것은 가격이라든지 주변 여건은 현지를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저희하고 매각 상담을 깊숙이 진행하다가 저희가 안내를 해서 현장에 가면 고압전선이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 그래서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오셨다가 그것을 보시고 대부분이 상담을 중단하고 돌아간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016.6.2. 제7대 용산구의회 제223회 제1차, 복지건설위원회 회의록)
▲ 폐업한 가족휴양소 건물 뒤로 고압송전탑과 부지 중앙을 관통하는 고압전선이 보인다. |
ⓒ 설혜영 |
건물과 땅을 살 때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가족휴양소가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폐업하고, 팔리지도 않아 방치되었던 곳이 치매안심마을로 탈바꿈될 수 있을까?
용산구는 양주시가 서울 근교라는 점과 자연환경이 우수해 치매 환자 치유에 적합할 것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치매안심마을 조성하기 위해 2017년 12월, 미래전략팀을 신설하였다.
▲ 용산구가 언론에 공개한 치매안심마을 조감도 |
ⓒ 용산구청 |
사실 용산구는 2010년 양주시에 가족휴양소 부지와 건물을 살 때부터 요양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양주시에서는 그때부터 요양원을 반대했다.
주민생활지원국장 이○○ : … 실제 거기 요양원을 한 번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양주시에서 1차적으로 요양원만 들어오는 것은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한테 오픈을 시키면 서울시 자치구에서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2009.9.18. 제5대 용산구의회 제167회 제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2009년부터 요양원과 노인요양시설 등을 반대한 양주시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최근 용산구에서 치매안심마을 건립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기산리 마을 주민들은 '치매안심마을 건립 반대' 현수막을 마을에 걸기 시작했고, 양주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언론들과 거듭 인터뷰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주시의회에서는 2019년 4월 23일 제304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용산구 노인요양시설 건립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2019년 12월 2일, 제312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용산구 마을형 치매전담 노인요양시설, (가칭)치매안심마을 건립 전면 반대 결의문(정덕영 의원 외 7명 의원)'을 채택하기도 했다.
▲ 양주시에 있는 용산가족휴양소, 지금은 폐업하였다. |
ⓒ 구글맵 |
양주시 관계자는 "시설 특성상 서울시민들이 많이 이용할 게 뻔한데, 양주시는 아무 인센티브 없이 재정 부담만 늘어난다"라며 "용산구는 주민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겠지만, 양주시 입장에선 비용부담에 관리 감독까지 떠안게 된다"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용산구는 양주시와의 행정 협의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양주시에서는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고 용산구는 지속해서 건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양주시의원은 "거기에서 국장이나 과장이나 팀장이나 뭐 절차 밟아서 밀어붙이는데 양주시하고의 행정 협의가 제일 1순위죠. 구청장이 무슨 공약을 했다고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제144조(공공시설)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공공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나 관계 지방자치단체가 동의해야 한다. 용산구는 올해 4월부터 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 2차례 개최 등 지속해서 홍보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담은 상생 방안을 토대로 양주시와의 협의를 재시도하고 있다.
주민생활지원국장 임○○ : …… 그리고 매각 추진과 동시에 한국자산관리공사 위탁개발, 노인요양시설로의 활용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위탁개발은 주변 관광지와의 이격 거리, 위해시설 인접, 휴양소 시설여건 등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검토를 받았으며, 구립 노인요양시설 건립도 예산 과다 소요 및 용산구민의 혜택이 적은 점 등으로 비효율적인 사업으로 검토되었습니다.
(2016.10.17. 제7대 용산구의회 제227회 제3차 본회의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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