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지기 구박" 이낙연, 前부하 홍남기 때린 이재명에 발끈

김효성 2021. 1.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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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부터). 이들은 최근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를 비판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대해 옹호(이 대표)와 비판(이 지사, 정 총리)으로 입장이 갈렸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 곳간 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각을 세운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를 겨냥한 말이다. 이 대표는 “당·정 간에 얘기하면 될 일이지, 언론 앞에서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 하물며 같은 정부 내에서 좀 의아하다”며 “당·정 간 대화를 서둘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기재부를) 구박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제를 놓고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어렵다”(지난 20일 김용범 2차관)는 기재부의 이견은 이튿날 “기재부의 나라냐”는 정세균 총리의 호통으로 사실상 하루 만에 제압됐지만 잠재적 대선 주자 간 신경전은 오히려 그 뒤로 불꽃이 튀는 양상이다. 손실보상 입법화 자체에 대해선 이 대표 역시 21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큰 방향에서는 당정과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고 말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23일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에 뒤따라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데 세 사람 사이에 이견이 없지만, 지출의 우선순위와 접근 방식을 둘러싸고 일종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선 주자 간 경쟁이 조기 과열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洪과 끈끈한 이낙연
당·정의 한 목소리를 중시해 온 이 대표가 정 총리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제가 결국 입법의 문제인 만큼 이 대표는 자신이 주도해 파열음 없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관련 입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확정했다.

2019년 8월 당시 국무총리이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음식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당시 추경이 오후 늦게 처리되자 김치찌개를 함께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이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는 건 설득의 대상이 홍 부총리라서다. 이 대표의 총리 시절(2017년 5월~ 2020년 1월) 국무조정실장으로 손발을 맞춘 이가 바로 홍 부총리다. 70여 차례 있었던 이 대표의 대통령 주례보고에도 홍 부총리는 늘 배석했다. 당에선 “정부 관료 중 이 대표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홍 부총리”(이 대표 측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후임자로 홍 부총리를 추천한 것도 이 대표였다. 청와대 출신 의원은 “1년 6개월가량 상관(이 대표)과 부하(홍 부총리)로 지낸 만큼 어떤 이견도 조율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洪 때리는 이재명·정세균
반면 정 총리가 홍 부총리에 대해 ‘감정’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1차 재난지원금 결정 당시 홍 부총리가 ‘고소득자 기부’ 방식을 거부하며 버티자 정 총리는 당시에도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언성을 높였었다. 4차 재난지원금 논의 때는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지난 7일)며 이 지사에 쓴소리를 했던 정 총리지만 홍 부총리와 기재부를 대하는 시각에선 오히려 이 지사와 호흡이 맞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상조 기자

여러 사안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공개 비판을 가했던 이 지사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수도권 광역버스 재정부담 문제를 거론하며 “기재부의 예산권 독점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정도가 심해지다 보니 급기야 (정세균) 총리님까지 나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고 질책하는 지경”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8월 말~9월 초 벌어진 3차 재난지원금 논의 땐 “30만원을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이 지사의 주장을 홍 부총리가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평가해 공방이 지속되기도 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홍 부총리와 논쟁을 통해 ‘재난지원금은 곧 이재명 정책’이라는 공식이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효과가 있었다”며 “홍 부총리가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을 계속 보이는 한 이 지사의 쓴소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다선 의원은 “어려운 국민들에 대한 공감이 우선이라는 게 정 총리 생각”이라며 “내부 조율이 가능하므로 홍 부총리의 발언 하나하나를 거론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와 정 총리의 ‘호흡’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장외설전이 주목도를 끌 순 있겠지만 리더십 측면에선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를 확실히 누르려는 이 지사와 이 대표를 따라잡고자 하는 정 총리 입장이 맞물린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정 총리와 이 지사의 입장과 정치색이 달라 이런 구도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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