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용구 폭행' 블박 영상 찾아내자..뒷북 조사단 꾸린 경찰
서울경찰청은 24일 지난해 11월 6일 발생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경찰관이 “못 본 거로 하겠다”고 했다는 진술이 추가로 파악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그동안 택시 기사 폭행사건을 내사 종결한 이유로 “블랙박스 녹화가 안 됐다”며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13명 규모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폭행 사건에 대한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며 “해당 수사관은 대기발령 조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택시기사 A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조사 때 이 차관이 폭행하는 30초 분량의 휴대폰 저장 영상을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줬다’는 의혹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 A씨는 “영상을 본 수사관이 ‘차가 멈췄네요. 영상은 못 본 거로 할게요’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또 “경찰이 (영상을) 달라고 했으면 줬겠지만, 경찰관이 굳이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해당 영상은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 전문업체에 블랙박스를 직접 가져가 복원된 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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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시작 27일 만에 '진상조사단', 왜?
경찰이 진상조사단을 꾸린 것은 지난달 29일 검찰이 직접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27일 만이다. 핵심 증거로 꼽히는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부실 수사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해당 사건의 담당자가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보고 여부 등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 A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 폭행 혐의 아닌 형법상 단순 폭행 혐의로만 적용해 같은 달 12일 내사 종결했다. 이 차관의 범행을 입증할 블랙박스 영상이 없고, 택시 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2일 이 차관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시민단체가 이 차관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재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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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30초 분량 휴대폰 저장 영상 보여줬다"
검찰은 지난달 말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출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재수사 과정에서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에 담긴 30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도 파악됐다고 한다.
택시기사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차관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이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갖게 된 1차 수사종결권의 남용 사례로 지적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진상조사단을 편성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위법 행위 발견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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