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목 조른 중학생 처벌 불가..분노 부른 '촉법소년' 면죄부
"또 촉법소년 봐주기냐, 범죄자 양성 국가도 아니고…" 경기 의정부경전철과 지하철 등에서 노인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중학생들의 영상이 지난 22일 온라인에 공개된 직후 나온 반응이다. 폭행 혐의로 입건된 가해 학생들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만 13세로 형사처벌이 불가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촉법소년을 강력 처벌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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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처벌 원해도 ‘불가’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23일 중학교 1학년생인 A군(13)과 B군(13)을 폭행 혐의를 파악했다. 피해자인 70대 C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으나 어렵게 됐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범죄 행위를 했어도 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 처분 대상이 된다. 경찰은 가해 청소년을 형사 입건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촉법소년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촉법소년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소년법을 악용한 사례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30일에 한 10대 청소년이 온라인 직거래 장터에 ‘장애인을 판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 네티즌이 항의 메시지를 보내자 “미자(미성년자)여서 콩밥 못 먹는다. 생일 안 지나서 촉법”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게시자가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인 데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 처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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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악용한 범죄 어쩌나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형사 처벌을 받는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재판부의 심리를 받게 된다. 범죄 정도에 따라 보호 관찰 처분이나 사회봉사명령 등이 내려지거나 죄가 무거울 경우 소년원으로 송치된다. 이 법의 취지는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문제는 '보호'를 악용하는 경우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스로가 촉법소년인 것을 알고 범죄를 반복적으로 범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을 개선하고 교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조장하는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2010~2019년)에 따르면 소년범이 3회 이상 재범한 비율은 2009년 12.2%에서 2018년 17.3%로 증가했다. 소년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강력 범죄 등 형사 사건 이상으로 피해가 큰데도 나이 때문에 보호 처분에 그칠 경우 억울함은 더 커진다. 소년법에 따르면 피해자나 대리인 등이 법정 출석을 위해서는 소년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심리는 공개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심리를 친절하고 온화하게 해야 한다. 피해자 가족은 재판 날짜를 알 수 없으며 가해자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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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 보완 필요"
의정부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22일 '노인 공격한 07년생을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노인은 심한 폭력을 당했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제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소년법 개정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미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고문은 "촉법소년 중에서도 중범죄 비율은 낮다"며 "일부 때문에 촉법소년 전체를 무조건 처벌한다고 하면 전과자로 살아가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부모의 보호력 부재도 문제"라며 "처벌 강화 등 촉법소년에 대한 교화에만 집중하기보다 부모 등 보호자에 대한 충실한 교육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 연구위원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촉법소년을 악용하는 아이들까지 보호처분을 해선 안 된다”며 “처벌은 나이가 아닌 범죄의 경중으로 가야 한다. 더 강한 처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소영 변호사는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설 확충과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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