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개는 이성윤에 항명..檢 '한동훈 무혐의' 전자결재 올렸다

강광우 2021. 1. 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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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채널A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 결론의 전자결재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 검사 전원이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찾아가 '무혐의' 보고서를 결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지검장이 이를 뭉개고 있는 것에 대한 항명(抗命) 성격이 짙다.


채널A 수사팀, 전자결재 올려 흔적 남겼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결과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이에 대한 결재 안을 지난 22일 검찰 내부망을 통해 올렸다. 주임검사가 올린 결재 안에 대해 변 부장은 결재한 상태이며, 최성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대리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수사팀은 결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이 지검장 대신 최 차장에게 전결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 내에서 채널A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는 지난해 12월 초 사의를 표명한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 대신 최 차장이 맡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론 흔적을 명확히 남기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보통 전자결재는 대면 보고가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형사 사건 등만 올리는데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안에 대해 전자결재를 올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 지검장이 결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수사팀 전원은 최근 이 지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검사장실을 찾아 직접 채널A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수사팀 검사들은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하는 이유와 더는 결재를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까지 상세히 보고했다고 한다. 보고를 들은 이 지검장은 그 자리에서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결재를 미뤄왔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이 전자결재를 올린 지난 22일에도 연차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다.

최 차장도 수사팀이 작성한 130여쪽의 무혐의 이유보고서를 검토한 뒤 "수사팀 결론이 옳다"는 취지의 의견을 이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원칙대로면 수사팀이 올린 전자결재에 대해 최 차장이 전결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 지검장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줘 최 차장 입장에선 이 지검장에게 결재를 올릴 공산이 크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지난해 7월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검사장은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이라며 수사팀장인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전자결재까지 거부하면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이 지검장의 결재 거부가 계속된다면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본인만 살아남기 위해 채널A 사건으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며 "전자결재까지 거부하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의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처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검토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취재진은 이 지검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이 지검장은 전화와 문자에 대응하지 않았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채널A 사건은 당시 채널A 소속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지난해 3월 MBC 의혹 보도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지난해 9월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공소장에서 뺐다. 공모 관계를 밝히지 못한 것이다.

채널A 사건 등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연이어 뭉개고 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이 지검장의 입지는 현재 매우 좁아진 상태다. 유 이사장은 한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했던 '검찰의 재단 계좌 열람 의혹'에 대해 지난 22일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한다"며 사과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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