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괴상한 퍼트 자세
미국 캘리포니아 주 라퀸타의 PGA 웨스트 골프장에서 23일(한국시간)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인스프레스 2라운드 9번 홀에서 마크 허바드(미국)는 1.2m 파 퍼트를 남겨뒀다. 허바드는 왼손은 정상적으로 그립을 잡고 오른팔을 크게 벌렸다가 허리를 굽혀 헤드 바로 위 샤프트를 잡았다. 손 전체가 아니라 새끼손가락으로만 파지했다.
골프에 특이한 퍼트 자세는 더러 있었다. 최경주는 공을 정면으로 보고 퍼터 끝을 몸에 붙이고 퍼트를 한 적이 있다. 미셸 위는 오랜 기간 다리를 넓게 벌리고 허리를 90도로 굽힌 상태로 퍼트했다. 허바드의 퍼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괴상하다고 평가된다.
이를 중계하던 미국 골프채널의 중계진들은 “도대체 저게 뭐냐”며 깜작 놀랐다. 해설가인 트레버이멜먼은 “(이전의 특이한 퍼트 자세보다) 한 차원 높은, 완벽한 교과서적인 기술”이라고 농담을 했다. 퍼트 자세 자체도 이상하지만 오른팔을 크게 벌린 후 클럽을 잡는 동작은 마치 일종의 의식 혹은 세리머니처럼 보여 더 특이했다.
허바드는 경기 후 미국 골프채널에 “산호세 대학에 다닐 때 존 트링게일이라는 선수에게 배웠다. 우리 대학팀 전체가 쓸 줄 알았고 이를 ‘더 스네일’(달팽이)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허바드는 평소에는 일반적인 퍼트 방법을 쓰다 짧은 퍼트가 잘 안 될 때만 가끔 이 방법을 쓴다. 1, 2부 투어에서 몇 차례 한 적이 있는데 방송에 나온 건 처음이다.
이 날은컷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어서 약간의 장난기도 있었다. 허바드는 “더 스네일을 하는 자체는 넣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 퍼트 자세로는 짧은 퍼트는 거의 100% 성공하는 퍼트인데 이번엔 들어가지 않아 안타깝다”며 웃었다.
괴상하지만 규칙 위반은 아니다. 허바드는 1, 2부 투어에서 모두 경기위원에게 불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했다. PGA 투어는 이 방법이 몸 특정 부위에 축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규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다시 확인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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