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이기고, 본즈에게 지지 않은 홈런왕

김식 2021. 1. 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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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크 에런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에런이 86세 나이로 23일 별세했다. 지난 5일 흑인 사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의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에런이 1976년 은퇴할 때까지 때린 통산 755홈런은 미국인들의 영웅인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714개)을 넘어서는 대기록이었다. 홈런을 펑펑 날릴수록 그는 핍박과 차별을 받았다. 에런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1934년 앨라배마주 모빌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에런은 막대기와 병마개로 야구를 즐기는 소년이었다. 니그로리그의 마이너리그 구단을 거쳐 195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와 계약한 그는 스무 살이었던 1954년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MLB에 데뷔했다. 1956년 내셔널리그(NL) 타격왕, 1957년 최우수선수(MVP), 195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에런은 1966년 브레이브스가 다시 애틀랜타로 홈구장을 이전한 것을 계기로 흑인 인권운동에 눈을 떴다. 당시 애틀랜타는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이 활동했던 인권운동의 핵심지였다. 에런은 훗날 인터뷰에서 "솔직히 애틀랜타 같은 대도시로 가는 게 두려웠다. 킹 목사와 앤디 영과 같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흑인이 가졌던 두려움,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열망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행크 아론이 1970년 5월 1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통산 3000안타를 기록했다.

MLB 사상 최초로 500홈런과 3000안타를 함께 달성한 에런은 루스의 홈런 기록에 근접할수록 인종주의자들로부터 심한 협박을 받았다. 루스의 홈런 기록에 1개 차로 다가가자 에런에게 "은퇴하거나 아니면 죽어버려"라고 쓴 편지가 쇄도했다. 연방우체국에 따르면 에런은 100만통에 가까운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1974년 4월 8일 에런은 통산 715번째 홈런을 날렸다. MLB 역사상 최다 홈런을 치고도 그는 기쁨을 표현하지 못한 채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이때 2명의 백인 남성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에런에게 달려들었다. 테러를 우려할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이들은 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에런은 두 시즌을 더 뛰고 은퇴했다. 그가 세운 통산 타점(2297개)은 여전히 MLB 역대 1위를 지키고 있다. 그의 755홈런은 2007년 배리 본즈(762개)에 의해 깨졌다. 그러나 본즈가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짜 홈런왕은 여전히 에런이라고 믿는 팬들이 많다.

삼성팀에 방한한 홈런왕 행크에런이 삼성 프로야구 선수에게 타격 지도를 하고 있다 1982.08.28. 연합뉴스제공

1982년 한국을 찾은 바 있는 에런은 "훈련 외에는 홈런왕이 된 특별한 비결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노력했고, 인종차별을 받았으면서도 타인의 인권을 위해 살았다. 미국의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가 "나 자신보다 존경하는 유일한 사람이 에런"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에런은 기록만 좇지 않았다. 편견의 벽을 깨는 게 우리가 하나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그가 알려줬다. 에런은 미국의 영웅이었다"라고 썼다. 본즈는 "당신은 선구자였다. 아프리칸 아메리칸 선수들은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꿈을 꿀 수 있었다"고 추모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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