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울산엔 부족했고, 1위 전북엔 있었던 것..'말 전술'

유현태 기자 2021. 1. 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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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축구는 기본적으로 공을 차서 상대 골문에 넣는 경기다. 그렇지만 '공을 잘차는 것'만으로 승리에 다가서지 못할 때도 있다. 지난해 승부처에서 무너졌던 울산 현대는 이제 경기 외적인 것도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준우승 징크스. 지난 2년 동안 울산을 괴롭혔던 말이다. 2번이나 시즌 내내 경기를 잘 치러 오다가, 시즌 막판 흔들리며 전북 현대에 우승을 내줬다.


2019시즌엔 37라운드 종료 시점에선 울산의 우승이 확정적으로 보였다. 최종전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만났는데, 무승부 이상이면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패하더라도 다득점에 성공해 전북보다 득점이 많아지면 우승은 가능했다. 하지만 울산은 1-4로 완패하면서 전북에 우승을 내줬다.


2020시즌 울산은 시즌 중반까지 파죽지세로 달려나갔다. 주도권을 잡고 몰아치는 힘도 대단했고, 수비적으로도 안정적이었다. 9라운드에서 라이벌 전북에 0-2로 패하긴 했지만 울산은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또 파이널라운드 돌입 뒤 흔들렸다. 25라운드 포항(0-4 패), 26라운드 전북(0-1 패)에 덜미를 잡히면서 전북에 역전을 허용했다. 전북은 최종전에서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잘해오던 팀이 꼭 중요한 시기에 흔들렸다. 그래서 '징크스'라는 말이 굳이 붙었을 것이다. 선수 구성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경기 외적인 요소를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일 전지훈련지인 통영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김기희가 힌트를 줬다. 전북에서도 뛰었던 김기희는 "말 전술"에서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김기희는 "전북의 장점은 '경기장에 나가면 이긴다'는 자신감인 것 같아요. 특유의 세컨드볼 싸움, 약속된 플레이가 오랫동안 이어져오면서, 뚜렷한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울산을 비교한다면 우승을 하기 위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여있다. 다만 우승을 위해선 요소요소에 희생적인 선수들이 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조화가 전북보다 뒤졌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축구 외적인 요소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서로 다 개인 능력은 좋은데, 각자 자기 것만 잘하는 느낌이었다. '말 전술'이 부족하다고들 표현한다. 그게 부족했다. 전북을 예로 들면 모든 선수가 으쌰으쌰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다. 물론 저희도 다 실력은 좋고 말은 많다. 그런데 카리스마 있게 팀을 끌고 갈 만한 선수가 없었던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울산이 승부처에서 팀을 하나로 묶는 힘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중요한 고비에서 팀의 긴장감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선수 개개인이 의지할 곳이 부족해 홀로 흔들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전북은 팀이 하나로 뭉치면서 분위기를 탔다.


울산으로선 다행인 것이 신임 홍명보 감독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홍 감독은 울산을 젊은 선수 위주로 재편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을 영입했다. 홍 감독은 "신형민은 그 선수 나름대로의 캐릭터, 경험이 있다. 울산을 눈여겨본 이후엔 중심을 해줄 선수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노장이 많지만 명확히 리더가 돼 줄 선수가 필요했다"고 울산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기희와 마찬가지로 팀 분위기을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변화도 있다는 평가다. 홍 감독은 "(신)형민이가 와서 훈련하는 자세가 조금 다르다. 운동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게 잘 갖춰져 있다. 그게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신형민과 같은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홍 감독은 "저희가 완벽하게 모이진 않았지만, 울산은 그런 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선수들을 이끌고 소리도 치고, 파이팅을 넣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한 명이 하는 것, 전체가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야 강해진다"고 말했다. 


또 하나 2년 연속 K리그 우승 실패의 부담감도 털어냈다는 게 중요하다. 울산은 2020시즌 마지막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하면서 마무리했다. 김기희는 "ACL을 우승으로 마치면서 개인도, 팀도 자신감이 올라온 상황이다.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나갔지만, 좋은 선수들도 많이 왔다. 좋은 지도자도 오셨으니까 조직력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준비만 잘하면 또 우승을 노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른바 '팀 스피릿'은 추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분명히 피부로 체감한다. 울산 역시 지난 2년간 부족했던 점을 인식했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이 2021시즌엔 다른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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