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이 사라진다? '립스틱도 커피처럼'..매일 아침 만들어 바르세요

유지연 2021. 1.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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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립스틱이 즐비한 화장대 풍경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여러 개의 립스틱 대신 컬러를 섞어주는 기계 한 대가 놓여있고 매일 아침 날씨와 안색, 의상에 맞춰 립스틱을 즉석 제조해 바른다.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로레알의 ‘입생로랑’은 당장 올 봄에 가정용 립스틱 기기를 소비자 대상으로 출시할 예정이고,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여름 매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립 컬러 즉석 제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시세이도는 기초 스킨케어 제품을 즉석 제조하는 가정용 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매일 아침 내 안색과 날씨, 의상에 맞춰 즉석에서 립스틱을 제조해주는 기기가 등장했다. 사진 입생로랑 홈페이지



즉석 제조 뷰티 기기, 화장품 업계 판 바꿀까
지난 11일 디지털로 진행됐던 세계 최대 IT·가전 쇼 ‘CES 2021’에서 로레알·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기업들이 선보인 기술의 핵심은 AI기반의 즉석 제조다. 인공지능 기술로 개인의 피부 컨디션에 맞춰 립스틱, 파운데이션 혹은 기초 화장품을 즉석에서 제조해 바를 수 있도록 하는 기기를 선보였다.

로레알은 지난해 최초 공개했던 AI기반 가정용 뷰티 기기 ‘페르소(PERSO)’의 립스틱 버전을 올해 CES에서 소비자 대상으로 내놨다. 로레알이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 입생로랑이 출시한 기기로 이름은 ‘루즈 쉬르 므쥐르 바이 페르소’다.
레드·누드·오렌지·핑크 중 원하는 세 가지 컬러의 립스틱 카트리지가 내장된 원기둥 형태의 기기로 사용자에 맞춰 그때그때 컬러를 섞어 수천 가지 맞춤형 색상을 제안한다. 기기는 앱과 연동되어 내 사진을 찍고 원하는 컬러를 선택하면 내 피부와 그날 입을 의상 색에 맞춘 립스틱 컬러를 만들어준다. 즉석에서 배합된 립스틱을 그 자리에서 발라도 되고, 원기둥 윗부분만 떼어내 가지고 다니면서 발라도 된다. 이 기기는 오는 봄 미국에서 299달러(약 32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세 가지 컬러 카트리지가 내장된 기기. 색 배합 완료 후 윗 부분만 떼어내 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 사진 입생로랑


로레알은 지난해 CES에서 기초 스킨케어 제품을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페르소’ 스킨케어 기기를 소개한 바 있다. 높이 약 15cm, 무게는 500g 정도 작은 기기에는 기초 화장품을 구성하는 재료가 카트리지 형태로 내장돼 있다. 사용자는 페르소의 모바일 앱을 열고 스마트 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는데, 이때 주름이나 반점, 모공 등 피부 상태가 분석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질감이나 수분 정도을 입력할 수 있고, 날씨·온도·꽃가루·UV 지수 등 사용자의 지리적 환경 데이터도 반영이 돼 만들어진 제품을 그때그때 바르면 된다.

내 얼굴의 주름이나 반점, 모공 등 피부 상태를 반영해 즉석에서 기초 화장품을 만들어주는 로레알의 페르소. 사진 로레알 홈페이지


일본의 시세이도는 2019년 7월 이와 비슷한 형태의 뷰티 기기 ‘옵튠’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개인의 피부 상태와 매일 변화하는 생활환경을 분석해 8만개의 스킨케어 패턴을 제공하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맞춤형 스킨케어 시스템 기기다. 기기 안에는 다섯 가지의 미용액이 카트리지 형태로 들어가 있으며, 전용 앱을 통해 피부 상태와 수면 패턴은 물론 온도와 습도 등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상태에 맞는 최적의 화장품을 제공해준다. 시세이도의 경우 이 옵튠 기기를 구독형태인 월 1만엔(약 10만6000원)으로 소비자에게 제안하고 있다.

시세이도는 지난 2019년 사물 인터넷 기반 맞춤형 스킨케어 기기 '옵튠'을 상용화했다. 사진 시세이도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도 즉석 제조 토너와 맞춤형 립 컬러 제조 기술을 내놨다. ‘포뮬라리티 토너 패드 메이커’는 피부 고민에 맞춰 즉석에서 토너를 제조해 화장용 솜에 흡수시켜 제공하는 기기다. 다양한 효능 성분이 담긴 앰풀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선보인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는 가정용 기기는 아니지만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 립 컬러를 즉석에서 제조해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양한 립 컬러를 정밀하게 배합해 2000여 가지 색상의 제품을 실시간으로 제조해준다. 지난여름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아모레 성수’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립 팩토리 바이 컬러 테일러'를 통해 한 사람만을 위한 립 컬러를 제안한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는 개성, 기업은 데이터 확보
시장조사업체 ‘민텔’은 지난 2018년 ‘나의 뷰티, 나의 규칙(my beauty, my rule)’이라는 핵심어로 화장품 업계의 개인화 트렌드를 예측한 바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적 규칙이 사라지고 개인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필요에 맞게 기업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즉석에서 제공하는 개인화된 맞춤형 화장품은 기술 혁신을 통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이 더해져 가능한 일이다. 이에 따라 미래엔 완제품 형태의 화장품이 아니라 카트리지 충전용 화장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보편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런 방식은 기업에도 유리하다. 기기를 한 번 들여놓으면 계속해서 충전용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피부 고민 및 화장품 선택 패턴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신제품 출시에 활용할 수 있다. 화장품 업계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맞춤형 화장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피부 고민에 맞춰 즉석에서 앰풀을 배합해 나만의 토너 패트를 만들어주는 기기. 사진 아모레퍼시픽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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